'美사찰 폭로 10년' 스노든 "기술발달로 사생활 침해 위험 커져"
러시아 망명생활로 비판받아도 "폭로 후회 안 해"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10년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 정보 수집과 사찰 실태를 폭로한 전 미국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감시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사생활 침해 위험이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스노든은 7일(현지시간) NSA 사찰 의혹을 폭로한 지 꼭 10년이 되는 9일을 앞두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일했던 스노든은 10년 전인 2013년 6월 NSA가 '프리즘'(PRISM)이라는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의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하고 도청·사찰해왔다고 폭로해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인물이다.
2013년 6월6일 가디언이 스노든의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첫 기사를 내보냈다. 스노든은 사흘 뒤인 9일 자신이 폭로 당사자임을 공개했다.
이 일로 '내부 고발자'의 대명사가 된 그는 이후 10년간 "기술이 발달해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게 됐다"며 "2013년에 우리가 본 것과 현재 정부의 역량을 생각해보면 2013년(의 기술수준)은 어린애들 장난처럼 보인다"고 돌아봤다.
공권력에 의한 무차별적 개인정보 수집을 고발하려 했던 스노든은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 모두에서 사생활 침해 위험이 더 커졌다는 점을 낙담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에 의해 야기되는 위험뿐만 아니라 상업용 감시카메라, 얼굴인식, 인공지능(AI), 휴대전화 해킹용 스파이웨어 '페가수스' 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스노든은 정부 등 거대 권력에 의한 사찰이 또다시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는 정부와 테크 회사들이 우리 뒤통수를 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다"며 "이는 권력의 본질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폭로를 계기로 '종단 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 기술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종단 간 암호화는 메시지 발신원부터 수신원까지 전체 과정에 암호화 기술을 유지하는 정보 전송 방식이다.
스노든은 "2013년만 해도 종단 간 암호화는 공상에 지나지 않았고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이 나체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전송됐는데 이제는 그런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10년 전 폭로 직후 홍콩에 은신하다 러시아를 거쳐 남미로 가려던 스노든은 미 당국의 여권 말소 조치로 모스크바 국제공항 환승 구역에 한 달간 발이 묶였다가 러시아에 눌러앉게 됐다. 그는 당시 27개국에 망명을 요청했지만,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 거절당했다.
미국 정부의 송환 압력에 맞서 망명 생활을 해온 그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면서 '적국' 편에 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비판은 더 거세졌다.
이런 부침에도 스노든은 폭로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가족들과의 약속 때문에 최근 2년 동안에는 언론 인터뷰나 연설, 소셜미디어 활동은 이전보다 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망명 생활 중 오랜 여자친구와 결혼해 아들 둘을 뒀다.
자신의 폭로로 국가 안보에 손실을 봤다는 미국 당국의 주장에 대해 스노든은 어느 정보기관도 구체적인 증거를 댄 적이 없다면서 "10년 동안 (당국의) 온갖 히스테리에도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의 폭로로 일반 대중이 NSA의 존재와 활동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 하지만 권한을 제한하고 투명하게 감시하기 위한 제도·정책 등 근본적 변화는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스노든은 "(폭로한) 다음 날에 무지개와 유니콘이 나타나는 이상적인 상황이 펼쳐지리란 생각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면서 "이건 계속 진행 중인 과정이다. 우리는 물론 아이들의 삶, 그 이후까지도 우리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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