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희석해 마시겠다" 글에 과학계 댓글 논쟁… 결론은? [미드나잇 이슈]

조성민 입력 2023. 6.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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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분야 전문가 커뮤니티 ‘브릭’에서
박일영 교수 “후쿠시마 오염수 마시겠다” 글 화제
과학자들 댓글로 반박·재반박 이어가며 논쟁 펼쳐
‘日 자료 불신·우리가 직접 시료 채취 요구’ 공감대

과학자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두고 온라인에서 ‘엄근진’(엄격·근엄·진지) 댓글 논쟁을 벌여 화제다.

발단은 포항공대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BRIC) 커뮤니티 게시판에 지난 3일 올라온 박일영(대한약학회 방사성의약품학 분과학회장) 충북대 약대 교수의 ‘나는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농도로 희석해서 마시겠다’란 제목의 글. 박 교수는 “정리되지 않는 논란이 국민들의 공포를 키우고 그에 따른 우리나라 수산업계와 요식업계에의 심각한 타격을 부르고 있다는 게 논란 자체보다 오히려 더 큰 문제로 커가고 있는 것 아닐까”라며 글을 쓴 취지를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 교도연합뉴스
꼼꼼하게 인용 근거까지 논문 수준으로 상세히 정리한 박 교수는 일본 정부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62종의 핵종을 제거하고, 제거하지 못한 삼중수소가 섞인 물은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한 계획을 언급한 뒤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중 삼중수소의 함유 허용기준은 1만Bq/L(베크렐)이고, 1만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을 하루에 2L씩 1년간 계속 마신다 해도 내 몸의 실효선량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추가 피폭 제한 권고치인 연간 1mSv(밀리시버트)의 7분의1 이하”라며 “이로 인한 발암 확률은 연간 약 0.0007%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일본 정부가 계획대로 삼중수소를 1500Bq/L의 농도로 희석해 연간 약 30TBq(테라베크렐)씩 바다에 분리 방류할 시 “수년 후 우리나라 근해로 들어올 때의 추가 방사능은 0.0000026Bq/L로, 현재 바닷물의 방사선량 값인 약 12Bq/L에 비해 극히 미미한 증가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LPS로 기타 핵종들을 제거한 처리수를, 삼중수소로서 1500Bq/L가 되도록 약 487배의 상수에 희석한 물이 있다면 마실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면 나는 한두 컵 주저 없이 마시겠다”고 했다.

박 교수는 맺음말에서 “이제는 우리 국민들의 식탁과 수산업계, 요식업계를 위하여 수습을 해야 할 때다”라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처리된 오염수에 삼중수소 이외에 다른 방사성동위원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또는 있어도 허용 기준치 미만으로 존재한다는 제반 시험성적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후쿠시마 근해는 일본의 영해이지만 해류가 흘러가는 태평양은 일본 만의 바다가 아니므로, 주변국에서 요구하는 경우 시료의 직접 채취를 허용하여 이를 시험함으로서 이중 확인이 가능하도록 해야 필요 없는 오해들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이러한 시험 성적자료의 공개와 시료의 직접 채취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관철하여 우리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릭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태 당시 이를 밝혀낸 과학자(생명공학)들이 터잡은 곳으로 잘 알려진 공간이다. 이번에도 다소 도발적인 이 게시글에 과학자들은 8일 현재 20여개의 댓글로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며 논쟁을 벌였다. 이들은 짧은 댓글을 통해 주목할만한 논점을 서로 주고 받았고, 대체로 일본 정부가 내놓은 자료가 주변국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과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직접 시료 채취 요구 등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7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녹색연합 관계자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위험성을 강조하며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논점 1 피폭된 해양생물…후쿠시마산 수산물 섭취시 위험성은?

아이디 ‘biopang’을 쓰는 한 과학자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를 해서 바닷물로 희석을 하겠다는 점에서 간과한 것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오염수가 쏟아지는 지역에서 사는 해양 생물들은 바닷물로 희석되기도 전에 엄청난 피폭을 당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염수는 그 많은 바닷물에 희석이 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특정 전문가들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 한 가지 만을 생각하고, 다양한 변수를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과학자의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 교수(아이디 Phyphar)는 “tritium(삼중수소) 역시 방사선원이기 때문에 생물체가 감당하기 힘든 다량이 한꺼번에 투여되면 성장이 느려지거나 유전자 변이가 있거나 할 수 있다”면서도 “tritium 취급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Canadian Nuclear Safety Commission(CNSC, 캐나다 핵 안전 위원회)에서 그동안의 tritium 관련 시험들을 review하고 저선량 tritium의 인체에 대한 영향과 취급에 대한 결론을 내린 보고서를 CNSC에서 2010년에 발간한 것이 있다”고 반박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시 생물이 피폭되고, 이를 섭취해 인체에 미칠 효과를 우려하는 댓글도 있었다. ‘Tilldawn’는 “삼중수소가 물 분자가 체 세포에 흡수되어서 DNA가 가진 수소분자에 삼중수소 치환이 일어나는 경우에 대한 생물학적 위해성에 대한 검증은 여태 연구된 바가 없다”며 “수산물도 장기간에 축적된다는 연구된 결과도 아직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연계에서 반감기가 짧아 존재 비율이 낮았던 삼중수소가 진화학적으로 여태 위해성이 낮았던 이유라면, 인공적으로 대량 (상대적으로) 생산되는 이시점에서 분자생물학적, 물리생물학적 위해성에 대한 연구는 진행해봐야 한다”며 방류는 이같은 연구 결과가 나온 이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삼중수소수(HTO)가 일부는 체내에서 유기물에 치환될 수도 있다고 동의한다”면서도 “체내에서의 삼중수소 붕괴율은 약 0.025 Bq 인데, 이런 정도는 인간이나 다른 생물들 모두 견뎌내며 살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도쿄전력에서 처리를 했다는 물에 삼중수소 외의 다른 것들이 얼마나 남아있는지가 사실은 더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초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모습. 오쿠마초=AP뉴시스
◆논점 2 일본은 아직 주변국의 신뢰를 얻지 못해

일본 정부의 태도를 꼬집는 댓글도 있었다. 먼저 ‘pest’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희석하기 위해서 필요한 물 양은 780e12/730e3/1e3*487/1e8 = 5.2억㎥”라며 “일본에서 가장 크다는 구로베 댐 수량이 2억㎥, 일본이 오염수를 487배로 희석시켜 방류하겠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고 하자, 박 교수는 “바닷물로 희석하겠다고 한다”고 답했다.

이에 ‘pest’가 “핵심은 일본측에서 제공하는 자료, 그들이 하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하자, 박 교수도 동의하며 “그래서 우리가 시료를 직접 채취하여 분석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좀 더 당당하고 강하게 요구하고 관철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est’는 “신뢰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일본측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 노력을 좀 해야 한다”며 “과학자들이 신뢰라는 걸 얻기 위해, 연구 노트 까고, 원데이터를 공유하고, 소스 코드 올리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느냐”고 했다. 박 교수 역시 “네, 말씀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456’은 “문제가 없을 확률이 높다고해도,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걸 자기 마음대로 하고싶은대로 하는 것 같으니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박 교수는 “방류를 막을 방법도 plan B도 없이 불안만 키워놓으면 피해는 수산업계나 요식업계를 거쳐 우리 국민이 보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장영달’은 “Plan B, Plan C 다양하다”며 “당장 몇년 더 저장했다가 방류하기만 해도 방사능이 많이 줄어들고, 아니면 아예 시멘트처럼 고체화시켜서 지상에서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도쿄전력이 돈이 가장 적게 드는 방류를 선택했을 뿐”이라고 대댓글을 달았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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