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인 신분 적극 활용…‘업계약서’ 쓰고, 리베이트 받고

심윤지·류인하 기자 2023. 6. 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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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특별단속’ 중간 결과 발표
확인된 피해자만 2996명에 피해금액 4599억원…수도권 몰려
2895명 검거·288명 구속…범죄수익 보전, 피해액 1.2% 그쳐
검경·국토부 나란히 황병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검찰청·경찰청·국토교통부가 합동으로 시행한 ‘범정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승영 경찰청 수사국장, 황병주 대검 형사부장, 남영우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8일 국토교통부와 경찰청·대검찰청의 범정부 특별단속 결과를 보면 공인중개사들이 전세사기에 적극 가담한 정황이 눈에 띈다. 중개대상물에 대한 확인·설명 의무를 소홀히 한 수준을 넘어, 자신의 신분을 활용해 전세사기에 적극 가담하고, 심지어는 사기 행각을 먼저 제안한 중개사도 있었다.

A공인중개사무소(부동산컨설팅사)는 부동산 온라인 중개 플랫폼에 매물을 올린 B씨(30대)에게 접근해 “집을 팔아줄 테니 매도희망가격(1억7500만원)보다 높은 가격인 2억원에 ‘업(up)계약서를 쓰자’고 제안했다.

집을 2억원에 팔아줄 테니 당초 매물가액(1억7500만원)과의 차액을 나눠 갖자는 것이었다.

A공인중개사는 해당 매물을 2억원에 파는 동시에 임차인 C씨와 전세보증금 2억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원래 집주인인 B씨에게 매매대금 1억7500만원을 치르고 남은 돈 2500만원은 수수료로 나눠 가졌다. 시세가 명확하지 않은 빌라를 대상으로 한 ‘전세사기’ 범죄다.

50대 임대사업자 D씨는 공인중개사 등을 모집책으로 활용해 매매가격보다 전세보증금이 더 높은 오피스텔(소위 깡통전세)을 물색하게 한 뒤 동일 지역의 오피스텔 29채를 자기자본 한 푼 없이 매수했다. 전세계약을 승계한 매도인에게는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지급받고, 거래를 성사시킨 공인중개사에게는 중개보수를 초과하는 리베이트를 주기도 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부터 ‘범정부 특별단속’을 통해 이 같은 조직적 전세사기 의심자 및 관련자 970명을 적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8일 기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실제로 검거된 인원은 이보다 많은 2895명이었고, 이 중 288명이 구속됐다.

전세사기로 시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지만 수사기관이 전세사기와 관련해 보전한 범죄수익은 전체 피해보증금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수익 보전액은 범행으로 얻은 범죄수익(몰수보전)과 피의자 소유의 일반 재산(추징보전)을 합친 것으로, 법원의 확정판결 이후에는 피해자들이 민사소송 등을 통해 은닉재산을 환수할 수 있다.

윤승영 경찰청 수사국장은 이날 “현재까지 법원에서 인용된 전세사기 관련 범죄수익 보전액은 총 56억1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윤 국장은 “1차 단속 때보다 10배나 보전액이 많다”고 발표했지만 전세사기 피해금액이 총 4599억원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이 정도 수준으로는 범죄수익 보전·환수를 통한 피해 구제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전세사기 일당의 은닉재산 환수 여부는 수사기관이 어떤 혐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행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르면, 사기 등 피해자가 있는 범죄 수익은 ‘피해자가 돌려받아야 할 돈’으로 간주해 국가가 임의로 몰수·추징할 수 없다. 다만 지난해 1월부터는 법정형이 3년 이상인 모든 범죄에 대해 몰수·추징이 가능하도록 요건이 완화됐다.

심윤지·류인하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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