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기 임대인과 계약 후 집주인 바뀌었더라도 전입신고·확정일자 등 갖췄다면 “임차권 유효”

김희진 기자 2023. 6. 8. 20: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법, 원심 뒤집고 “새 집주인에 보증금 반환 요구 가능”

세입자가 미등기 집주인과 임대차계약을 맺은 후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대항력을 갖췄다면 세입자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세입자 A씨가 집주인과 공인중개사 등을 상대로 낸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 경기 광주시의 신축빌라 한 가구를 임차하기로 계약했다.

A씨가 계약을 맺은 사람은 건물주로부터 이 집을 매수하기로 분양계약을 한 B씨로, B씨가 잔금을 치르기 전이었다.

A씨는 임대차 보증금을 지급한 뒤 거주를 시작했다.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는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췄다.

A씨의 임대차계약서에는 “본건은 매매가 진행되는 물건으로 임대차계약은 이 건물을 매수하는 B씨를 임대인으로 해 계약을 진행하고, 건물주에서 매수인에게 등기이전되는 일체 과정은 공인중개사가 책임진다.

소유자가 바뀌는 경우에도 임대차 보증금, 임대차 기간, 임대차 보증금의 반환 책임은 최초 계약대로 절대 보장한다”는 특약 사항이 담겼다.

문제는 분양계약자 B씨가 잔금을 내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기존 계약이 어그러지자 건물주는 A씨에게 퇴거를 요청했다. A씨가 임차한 가구의 집주인은 C씨로 바뀌었다. 임대차계약의 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A씨는 건물주, 새 집주인 C씨,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C씨는 A씨를 상대로 “무단 거주한 기간만큼 월세를 지급하라”고 맞소송을 냈다.

1·2심은 “A씨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는 사람과 계약을 했다”며 새 집주인 C씨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봤다. B씨가 잔금을 치르지 못해 분양계약이 해제됐기 때문에 임대할 권한도 잃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A씨는 C씨가 집을 산 시점부터 계산한 월세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임대차계약에 따라 공인중개사가 A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갖춘 대항 요건이 새 집주인에 대해서도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새 집주인에게도 임대차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는 분양계약에 기초해 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진 분양계약자(B씨)로부터 계약이 해제되기 전 주택을 임차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침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 요건을 갖췄다”며 “A씨는 민법에 따라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 계약 해제로 인해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A씨를 대리한 황귀빈 변호사(법무법인 삼양)는 “전세사기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이른바 ‘동시진행’ 신축빌라 분양 분쟁을 비롯해 임대차 분쟁 사건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