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만나 尹정부에 대한 불만 쏟아낸 中대사

싱하이밍 "韓, 대중무역적자
정부의 탈중국화 추진 때문"
"李 대단한 정치인" 치켜세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8일 서울 성북구 중국 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대중 무역적자의 중요한 원인은 탈중국화 추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한중 관계가 어려움을 겪는 데 대해선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사실상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언급한 한국에 그 책임을 돌렸다.

이날 싱 대사는 중국 대사관저에서 이 대표와 만찬 회동을 하고 이같이 밝혔다. 싱 대사는 모두에서 "이재명 대표가 한국에서 대단한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운 뒤 "제가 친구라고 생각해서 솔직히 몇 가지 말씀을 올리겠다"며 준비된 원고를 꺼내 읽어내려갔다.

싱 대사는 최근 한중 관계에 대해 "중한 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혀 이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가슴이 아프다"면서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싱 대사는 대만 문제를 꺼내들었다.

싱 대사는 "대만은 중국의 핵심 의제이고 중한 관계의 기초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교할 때 한국도 이에 대해 중국에 엄숙한 약속이 있었다"며 "중한 양국 미래의 발전은 정치적 기반이기 때문에 한국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시고, 대만 문제를 확실하게 해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대중 무역적자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대중 무역적자 문제를 우리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이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가는 등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싱 대사는 "국제 정세가 복잡하게 변하고 있고 중한 관계가 매우 높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 요소와의 관계에서 벗어나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싱 대사가 준비한 원고에는 바로 옆에 앉은 이 대표가 당혹감을 느낄 만한 발언들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었다. 이날 만찬 회동은 중국 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싱 대사의 발언은 유튜브를 통해 여과 없이 생중계됐다. 이에 이 대표를 불러놓고 사실상 정부·여당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태평양을 자신의 집 하수도로 삼고 있는 것 같다"며 "지극히 무책임한 일이다.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입장에서 중국이 최대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을 보니 경제가 매우 곤란에 봉착하고 있다"며 "최근에 국내 수출기업과 현지 진출 기업 의견을 들어봤는데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사님께서 관심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