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먹통되면 라이더 손해는 어쩌나···업계 첫 ‘손해보상’ 노사합의

한 배달 노동자가 잠시 멈춰 서서 종이에 무언가 쓰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배달대행업체 ‘바로고’ 북대전지사와 라이더 노동조합이 지난해 10월 배달대행 프로그램 접속 오류로 라이더들이 입은 손해 보상에 대해 합의했다. 지역 배달대행 플랫폼 노사가 디지털 플랫폼에서 발생한 문제를 두고 보상에 합의한 것은 처음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바로고 북대전지사가 지난달 23일 노조 대전지회와 맺은 합의에 따라 라이더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10월20일과 21일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바로고의 배달대행 프로그램에 접속 오류가 일어났다. 접속 오류 때문에 최소 119명의 라이더들이 바로고 앱을 통해 일감을 얻지 못했다.

라이더유니온은 각 지역지부별로 지역지사와 교섭을 진행 중인데, 북대전지사와의 교섭에서 이번 접속장애 사태에 대한 손해 보상에 첫 합의를 이뤘다. 라이더유니온 대전지회와 바로고 북대전지사는 노동위원회 조정과 3차례의 교섭을 거쳐 지난달 23일 북대전지사가 주간 라이더에겐 10만원, 야간 라이더에겐 5만원을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지역 배달대행사가 앱 접속장애로 발생한 손해를 플랫폼 노동자와 합의를 통해 보상한 것은 처음이다. 근로계약을 맺는 노동자들은 사용자의 귀책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업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에 사실상 종속돼 일하면서도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보호를 받기 어려웠다.

라이더유니온은 “디지털 일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문제는 주요한 쟁점”이라며 “이번 노사합의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어 “바로고 본사에 다시 한 번 앱 접속장애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협의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본사가 다시 한 번 대화를 거부하면 바로고 지사와의 단체교섭을 통해 문제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