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교육 부추기는 대입 수학논술, 정부 수수방관할 건가
서울 소재 대학들의 지난해 대입 수학 논술 문항 3개 중 1개는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됐다고 한다. 수험생들은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은 내용으로 대학 입시를 치른 셈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학년도 서울 소재 15개 대학의 대학별고사(논·구술전형) 수학 문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4개 대학이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에서 벗어난 문제를 냈다. 문항 수로는 185개 중 66개(전체의 35.7%)가 출제 범위 밖이었다. 특히 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숙명여대 등이 출제한 문항은 70% 이상이 고교 수준을 넘어서거나 교육과정에 없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런 출제는 수험생들과의 약속 위반이자, 대입의 공정성을 뒤흔드는 중대한 범법 행위이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 규제법)’ 제10조는 ‘대학 입학전형에서 대학별고사(논술·면접·구술고사 등)를 실시하는 경우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 또는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에 지적받은 대학들은 올해 입시에서도 모집인원의 15%가량을 논·구술고사로 선발할 예정이다. 수험생들은 학교 수업만으로는 대비가 어려우니 돈 들여 사설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이들 대학들은 2021학년도(12.6%)와 2022학년도(18.9%) 입시에서도 교육과정 범위 밖에서 논술 문항을 출제했다. 사교육을 부추기고 입시 공정성을 해치는 수학 논술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법에 규정된 대로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를 가동해 이들 대학의 논술 문제가 법을 위반했는지 심사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선행학습 규제법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은 대학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재정지원 중단·삭감, 학생 모집 정지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
대학들도 수험생들에게 사죄하고 시험 출제진에 고교 교사를 포함시키는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논술 취지는 암기식 교육의 약점을 보완하고, 다양성과 창의성, 논리적 사고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지만 전제는 고교 공교육과의 연계다. 고교를 정상적으로 마친 수험생은 누구나 풀 수 있게 출제돼야 한다. 수학 논술이 이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고통과 부담만 안긴다면 이번 기회에 논술 전형 자체를 폐지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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