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직적 전세사기범 43%가 공인중개사였다니
국토교통부가 2020~2022년 거래 신고된 빌라·오피스텔·저가 아파트 중 1332건에서 조직적인 전세사기 정황을 포착했고, 전세사기 의심자·관련자 970명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8일 밝혔다. 적발된 970명 중 414명(42.7%)이 공인중개사 및 중개보조원이고, 임대인 264명(27.2%), 건축주 161명(16.6%), 분양·컨설팅업자 72명(7.4%) 순이었다. 전세사기 가담자 10명 중 4명이 ‘공인중개사·중개보조인’이라는 것이 놀랍다. 임대·임차인 간 공정한 가교 역할을 해야 할 공인중개사들이 전세사기를 사실상 주도해 왔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거래에서 정보 비대칭성 탓에 세입자가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악용해 직업윤리를 내팽개친 공인중개사들이 이토록 많았다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 미추홀구 등에서 벌어진 전세사기 사건들을 보면 공인중개사들은 문제있는 집인 줄 뻔히 알면서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대신 책임지겠다는 이행보증서까지 써주며 세입자들을 속였다. 전세금을 비싸게 받은 뒤 ‘바지 임대인’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사기에 가담하거나 리베이트받고 세입자가 악성 임대인과 계약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신혼부부·청년들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날려야 했고 일부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비극이 속출했다.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에게 중개할 부동산 권리관계를 제대로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정보의 비대칭성 탓에 공인중개사가 정보를 숨기면 세입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국회가 지난 3월과 5월 공인중개사 책임을 강화하고, 공인중개사 불법행위 신고를 활성화하는 법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주택 관련 중요 정보를 알리지 않은 ‘고지의무 위반’으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 총액(개인 중개업소 1년 거래에 2억원)이 턱없이 적어 피해자가 구제받기 어렵다. 중개 물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인중개사가 피해자에게 충분히 배상하도록 추가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올해 1분기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1만7000여명에 달한다. 부동산 침체가 길어질수록 공인중개사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악성 거래에 가담할 개연성이 짙다. 이대로라면 전세사기가 또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공인중개사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위반 시 엄벌하는 입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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