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악플 전쟁의 진화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 창은 전쟁터가 따로 없다. 정치·젠더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댓글 부대’ 활약으로 여론 조작이 이뤄지기도 한다. 면전에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감정 배설의 장으로 변질돼 유명인을 죽음에 이르게도 한다. 악성댓글(악플)에 시달리다 2019년 10월14일 극단적 선택을 한 배우 설리는 처음에 그저 갑갑한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입길에 올랐다. 그러더니 방송 태도나 공개 연애까지 설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조리돌림하는 악플 수위는 계속 높아졌다.
설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서야 포털 연예 기사에서 댓글이 사라졌다. 2020년 8월 세상을 등진 프로배구 고유민 선수가 악성 댓글에 시달린 사실이 알려진 후 스포츠 뉴스 댓글 창도 없어졌다. 댓글 창이 닫히자 악플러들은 유명인이 팬들과 소통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옮겨갔다. 기사 댓글은 안 보면 그만이었는데, 당사자에게 직접 악성 메시지(DM)를 보내니 안 볼 도리가 없다.
언제부턴가 악플 규제는 발등의 불이 됐다. 뉴스 댓글 창을 닫은 것만으로 이들을 향한 악플 빈도는 줄어들게 됐다. 언론사들의 댓글 관리도 강화됐다. 이에 더해 8일 네이버와 다음이 뉴스 댓글 서비스 개편을 했다. 네이버는 악플을 작성하면 댓글 사용이 중지되고, 악플러가 이용 제한 조처를 받은 사실을 다른 누리꾼들이 알 수 있는 조처를 취했다. 다음은 댓글 기능을 폐지하고 만 하루가 지나면 내용이 사라지는 실시간 대화 형태의 ‘타임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악플 폐해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치권에서 제기됐던 뉴스 댓글의 여론 조작 논란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댓글은 ‘양날의 검’이다. 한편으로 쌍방향 소통의 순기능을 발휘한다. 이해관계가 얽히거나 주목할 사안일수록 댓글 수도 많기 마련이다. 촌철살인하는 댓글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좋아요’가 대댓글로 달리기도 하고, 댓글을 읽어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하지만 악플이라는 고질적인 부작용도 생겼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표현의 자유’가 누군가에게 악의를 마음껏 드러내도 되는 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악플이 나를 향한 것이라면 너무 섬뜩하지 않은가.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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