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보리 빨대’ 업사이클링 앞장… 늦어도 2024년초 대량생산” [세계로 뛰는 중소기업]
밀·갈대 등 속빈 식물 이용해 빨대 제작
처치 곤란한 영농 폐기물 자원화해 성과
영월 보리 밭 4000평 경작해 원재료 조달
초·중·고생 체험학습과 ESG 교육도 병행
비어스 제작 보리 빨대 직경 6.4∼6.6㎜
코팅 없이도 플라스틱 빨대와 촉감 비슷
4월 지역 축제인 단종제서 큰 호평 얻어
“공정 자동화 후 투자 단계로 갈지 결정”
“6월 중순이면 보리를 수확해서 새 빨대를 만듭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농가에서 밀이나 보릿대는 불법소각 사례로 뉴스에 나올 정도로 처치 곤란한 영농 폐기물이다. 보리 빨대는 농가의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업사이클링’이다. 처음엔 농가에 가서 식물 빨대 얘기를 했지만 농사가 끝난 농부들은 꽤 보수적이었고, 직접 해결해보자고 나선 게 소셜벤처기업 비어스가 시작된 배경이다.
영월에선 김씨보다 어머니 송미자(57)씨가 더 유명하다. 20년 넘게 전국에서 함바집을 하던 송씨는 영월에서 ‘미자식당’을 운영하고, 남편도 일을 도우며 배추·고추 농사를 짓는다. 8000원 한식 뷔페에 하루 500여명이 드나든다. 부동산업을 하는 딸 김송이(34)씨도 송씨 설득 등으로 영월로 왔고, 올봄 영월 남자와 가족을 이뤘다. 송씨는 “영월 사람은 순하고 편안하다”고 했다. 사람냄새 나는 영월이 좋아 딸과 아들에게 내려오라고 했고 이젠 ‘영월 가족’이 됐다.
김씨의 비어스가 3년 전 영월에 터잡은 건 부모 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씨는 “처음엔 영월에서 보리를 키울 생각을 안 했다. 우연히 동강변에서 자라는 보리를 봤는데 당시 키우던 보리와 직경이 비슷했다”며 “부모님 땅에 보리를 키우는 것을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결국 영월군 지원으로 지난해 비어스 공장까지 지었다. 비어스는 식물 빨대 제조 외에도 초·중·고교생 대상 체험학습, 이와 관련한 ESG 교육도 병행한다.
비어스 보리 빨대는 직경이 6.4~6.6㎜다. 빨대로 쓰기 적당하고, 코팅하지 않아도 촉감이 플라스틱 빨대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라는 평을 듣는다. 4월 말 영월의 대표적 축제인 단종제에서도 비어스 빨대가 활약했다. 축제 참여 기업들에 친환경 빨대를 나눠줬고, ‘뮤지스’와 ‘보름월’ 등 영월의 힙한 카페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지난달 10일 ‘식물 스트로 제조방법’으로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식물 껍질을 벗겨 삶고 잘라서 빨대를 만드는 전체 과정에 대한 특허다. 김씨는 “2019년 특허 출원을 한 뒤 제조 과정 등을 바꾸면서 이제야 특허가 나왔다”며 “올해 자금 여유가 생기면 ‘로봇 팔’을 공정에 추가하는 것까지 출원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비어스에는 포항공대 졸업 후 카이스트 박사 과정 중인 고교 동창 김유성씨가 함께하고 있다. 동창 김씨 덕에 또 다른 카이스트 박사 과정인 김동찬씨도 합류했다.
식물 빨대를 만들면서 규제와 관련한 우여곡절도 있었다.
먼저 ‘식물 줄기를 이용한 빨대’ 규격이 없었다. 제작 초기 일회용품안정성 검사를 받지 못했고, 관련 과와 소통해 규격을 만든 뒤에야 검사가 진행됐다. 대체 빨대에 대한 규제도 불분명하긴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정부에서 여러 규제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좀더 근원적인 관점에서 소비자와 환경 모두에 도움이 되는 정책과 규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반기에는 기계설비 완료가 목표다. 호평받고 특허까지 나왔지만 어엿한 기업으로 매출을 키우려면 자동화가 먼저다. 단가 고민 때문이다. 밀이나 보리 빨대 가격은 종이 포장이 개당 120원, 벌크 포장이 개당 70원 정도다. 그는 “자동화하면 단가를 낮출 수 있는데 일반 종이 빨대도 개당 40∼70원인데, 환경을 고려해 그 이상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화 이후 투자 단계로 갈지, 대출받아 직접 생산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김씨는 내다봤다. 아울러 곤충박물관 인근 동강 주변에 대규모 보리밭을 조성해 보리도 키우고 관광객도 유인하는 방안을 군과 논의하고 있다. 영월의 명물에 보리밭이 추가될까.
영월=글·사진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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