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두배 넘게 올랐는데 수익 0원이라니…“이제 그만 올라”
구간 벗어나면 수익없는 ELB
엔비디아 투자자 원금만 받아
테슬라 산 사람들도 노심초사
인공지능(AI)의 최고 수혜주로 꼽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국내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가 모두 상한선까지 초과 상승(낙아웃 발생)하면서 해당 상품 투자자는 원금만 돌려받게 됐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162%나 뛰었지만 ELB 투자자가 실제 손에 쥐는 수익은 0원인 셈이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올해 108%나 오르면서 상한선까지 바짝 다가가면서 테슬라 연계 ELB 투자자는 초조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ELB가 원금은 보장되면서 주가가 오르면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투자자가 많지만 수익실현 조건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엔비디아 연계 ELB 상품이 국내에 총 4건 발행된 가운데 모두 상한선까지 초과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 주가가 작년 말 즈음 설정했던 기준가 대비 상한선(120~130%)까지 오르면서 4건 중에 2건은 원금만 돌려받고, 나머지 2건은 원금과 이자 2%를 돌려받게 됐다.
ELB는 채권에 파생상품인 옵션을 결합한 금융상품으로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주가나 지수가 발행시 설정한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이자율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보장형이다. 원금보장형이기 때문에 위험이 적고 약정조건에 따라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ELS에 비해 고수익 구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익은 낮은 편이다.
예컨대 올해 1월에 발행된 엔비디아 연계 ELB인 ‘KBable35’는 168.99달러에 기준가격이 설정됐다. 만기 6개월 동안 엔비디아 종가가 기준가격의 상한선 130%(219.68달러)를 한번이라도 초과하면 원금만 돌려받는다. 만기일에 엔비디아 주가가 기준가보다 100% 초과, 130% 이하여야 이익을 얻는다. 기준가보다 120% 상승하면 20%를 지급받는 구조다.
하지만 엔비디아 주가는 이 기간에 급등하여 이미 2월 7일(종가 221.73달러)에 상한선을 넘겼고 현재 주가는 374달러대다. 투자자들은 원금만 받게 됐다.
최근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테슬라 연계 ELB도 비슷한 상황인데 엔비디아보다 ELB 건수가 훨씬 많다. 엔비디아는 총 4건(발행금액 총 20억원)이었지만, 테슬라는 현재 43건(발행금액 총 247억원)에 달한다. 테슬라 연계 ELB는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다양한 증권사에서 상품을 내놨다.
하지만 지금 추세로 테슬라 주가가 계속 오르면 ELB 상한선을 단 한번이라도 넘기는 경우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는 지난달 29일 이후 9일째 상승세다. 이 기간 주가가 약 24% 급등했다. 머스크가 지난달 연례 주주총회에서 트위터 새 CEO를 뽑아 자신은 앞으로 테슬라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이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테슬라가 최근 포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존 미국 완성차 회사의 차량에 전기차 충전기를 개방한 것은 물론 머스크가 중국방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저위험으로 분류되는 ELB의 상품 구조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투자자는 낙아웃형 ELB의 높은 최대수익률만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투자설명서의 수익구조, 모의실험 결과 등을 통해 낙아웃 발생 확률 등을 확인하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LB의 원리금상환 여부는 증권사의 지급여력에 따라 결정되므로 증권사를 따져봐야 한다. 실제로 작년 4분기 자금난에 시달려온 증권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ELB를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지난달말 ELB 발행잔액이 25조원대로 1년 전 22조원대보다 약 10% 증가했다.
금감원은 “ELB는 원리금지급형 상품이지만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며, 투자금도 법적으로 별도 예치의무가 없다”며 “증권사가 파산하는 경우 투자원금과 수익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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