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향해 달리는 세계, ‘수소경제’가 마지막 퍼즐?[K비즈니스 가이드]

김영우 2023. 6. 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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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인구가 기다리는 글로벌 시장은 무한한 기회의 땅입니다. 본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는 K팝, K뷰티, K푸드 등의 뒤를 이은 새로운 K트렌드의 등장을 응원하기 위한 공동기획, ‘K비즈니스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KOTRA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경제 정보 포탈인 ‘KOTRA 해외시장뉴스’에 최근 올라온 소식 중, 주목할 만한 것을 소개합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용어에 대한 해설,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덧붙여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출처=셔터스톡)

참고: KOTRA 경제통상 리포트(2023.05.19 美 화석연료 발전소 배출기준 강화안 주요 내용 및 현지 반응, 2023.03.03 일본 수소산업 육성정책 및 산업 현황 등)

요약: 미국, EU 등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정명령, 관련 법안 제정 등을 서두르는 가운데, 일본은 2017년부터 관련 중점산업 분야로 수소산업을 선정했음. 수소의 보관 및 유통, 활용 기술에 대한 지원 및 육성 정책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수소의 생산 및 확보에 관해서는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도 드러나고 있음

[IT동아 김영우 기자] 예전에 ‘친환경’이라면 단순히 지구와 환경을 사랑해서, 혹은 깨끗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위해 내세우는 ‘캠페인’ 정도의 느낌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다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각지에 폭염이나 폭설, 산불과 같은 재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보고가 줄을 잇고 있으며, 해수면 상승 및 오존층 파괴, 사막화와 같은 광범위한 재앙 역시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친환경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지요.

지속 가능한 환경을 추구하기 위한 지향해야 하는 구체적인 목표로는 ‘탄소 중립(Net Zero)’이 대표적입니다. 각종 산업 현장 및 생활 속에서 대량 발생하는 탄소를 최소화하는 한편, 이미 발생한 탄소를 포집 및 격리해 최종적인 탄소 발생량을 0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기 위한 글로벌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12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연방정부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65%까지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백악관)

그리고 올해 3월,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탄소중립산업법’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2030년까지 기후 및 에너지 목표 달성에 필요한 탄소중립 전력기술 수요의 최소 40% 이상을 EU내에서 생산한다는 것이 첫번째 목표입니다. 각종 규제 간소화를 통해 관련 산업의 빠른 성장을 독려하는 한편, 연간 5,000만 톤 규모의 탄소저장 목표를 설정하고 석유 및 가스 생산업체들은 이에 따른 보고 의무를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2020년 12월에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으며, 2021년 5월에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통해 2022년 1월에는 한 해 동안 총 2조 4,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관련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으며, 2023년 4월에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발표 및 확정되었죠.

이렇게 전세계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뛰고 있습니다. 다만, 이게 쉬운 일은 분명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큽니다. 올해 5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화석연료 배출 강화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2038년까지 각 발전소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거의 전부 감축하거나, 청정에너지와 혼합하거나, 혹은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을 통해 오염물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언론 및 환경운동단체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석연료 의존 비율이 높은 미주리, 웨스트버지니아 등의 일부 주정부, 그리고 석탄 채굴 산업을 대표하는 국가채굴협회(national mining association) 등의 관련 업계에선 크게 반발하고 있지요. 특히 탄소 포집을 비롯한 관련 기술의 성숙도가 아직 낮은 데다, 이런 급진적인 규제는 에너지 안보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탄소중립에 대한 우려 및 반발의 근본적인 원인은 태양광 및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 등의 이른바 재생에너지가 기존 화석 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할 만큼 충분히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습니다. 또한, 이런 재생에너지는 생성 및 비축, 그리고 이용 역시 쉽지 않기 때문에 기업 외에 일반 이용자들에게도 불편 및 비용 상승의 부담을 준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수소’입니다. 수소는 전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이지만 반응성이 매우 높아서 높은 열량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반응해서 에너지를 생성한 후 순수한 물만 남게 되므로 친환경성 면에서도 더할 나위가 없죠. 또한, 마치 석유나 천연가스와 유사한 형태로 보관하거나 운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화석연료와 어느정도 근접한 감각으로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기존 재생에너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만한 이른바 ‘신재생에너지’의 하나로 수소가 떠오른 것이죠.

이러한 ‘수소경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대한민국, 그리고 일본입니다. 요 근래 일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고 올해 3월 KOTRA에서 정리한 경제통상 리포트의 내용을 살펴보면 수소경제 추진의 구체적인 형태, 그리고 이에 따른 어려움까지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12월에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수소산업 육성 전략인 ‘수소기본전력’을 수립했으며,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그린성장전략’의 중점산업 분야로 수소산업을 선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의 추진계획도 제시했죠.

일본의 대표적인 수소연료전지차량인 ‘토요타 미라이’(출처=토요타)

구체적으로는 2030년까지 수소 가격을 가솔린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기존 화석에너지 수준으로 낮추고, 30만톤 규모의 상용 공급망을 구축하며, 수소 차량을 위한 충전소 1,000개소를 확보하는 등의 로드맵을 세웠습니다. 이를 통해 2050년을 목표로 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세계 수소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청사진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소경제 추진의 어려움도 잘 드러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소경제의 중심인 수소의 생산 및 보관, 유통입니다.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라고 하지만 이를 생산하는 과정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수소는 이른바 ‘그레이수소’입니다. 이는 제철 공정의 부산물로 산출되는 부생수소와 화석연료를 활용해 촉매반응으로 생성된 수소를 뜻합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수소를 더 많이 생산하면 탄소 발생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를 보완할 만한 것이 그레이수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친환경성을 높인 ‘블루수소’,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를 물에 가해 제조한 ‘그린수소’입니다. 다만 블루수소는 기술이 아직 완전하지 않으며, 그린수소는 제조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수소경제 계획을 보면 수소의 생산 보다는 보관 및 수송, 관련 제품 개발을 비롯한 활용 기술의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의 국토 면적이나 부존자원, 그리고 산업구조 등을 고려해 볼 때 일본 내에서 충분한 양의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죠.때문에 일본의 수소경제 계획은 ‘수소 기술’ 수출국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수소 자체의 상당량은 중국이나 호주, 중동 등의 기존 자원 부국으로부터 수입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과 산업 구조가 상당히 유사한 우리나라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2018년 8월에 혁신성장을 위한 3대 전략투자 분야 중 하나로 수소경제를 선정했으며, 2019년 4월에는 수소경제 표준화 전략 로드맵을 발표했죠. 그리고 2020년에는 이른바 세계최초의 수소법이라 불리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정부는 최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집트 등의 자원부국들과 수소열차 도입 및 수소 생산 협력 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전개했죠.

올해 1월 UAE를 방문해 수소 등 청정 에너지 협력 방안을 발표하는 윤석열 대통령(출처=KTV)

한편, 수소는 가연성에 의한 폭발 위험이 있으며, 운반 및 저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활용처를 넓혀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 중 하나로 수소경제를 육성하고자 하는 일본, 그리고 한국 정부의 의지는 상당히 강합니다. 이는 향후 동북아지역이 수소경제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합니다.

특히 양국은 지리적 인접성을 이용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편, 수소 공급망 및 구축 과정에서 협력하며 기술 고도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 당장 수소경제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대한민국이 이와 관련해 상당히 좋은 조건을 가진 것 역시 사실입니다.

특히 재무적 성과를 넘어 환경 친화성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개선까지 반영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이 대세가 된 지금, 글로벌 시장에 ‘K비즈니스’를 전개하고자 하는 대한민국 기업인이라면 탄소중립 및 수소경제에 대한 이해와 관심 정도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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