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윤석열 정부, MB 시절로 '전속력 후진'

뉴스타파 입력 2023. 6. 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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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을 상징하는 두 개의 큰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첫째는 경찰에 의한 MBC 뉴스룸과 기자 자택 압수수색, 둘째는 감사원과 감찰을 앞세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미차 타임머신을 타고 15년 전인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즉 MB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시감을 느꼈을 겁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을 상징하는 이 사건들이 MB 시절의 사건들과 데칼코마니처럼 겹치기 때문입니다. 15년 전 MB 정부도 윤석열 정부처럼 MBC PD수첩에 대한 압수수색과 기소를 감행했고 감사원과 검찰을 앞세워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시켰습니다.

MB 언론장악의 설계자 이동관의 귀환

그런데 이런 'MB 시절로의 퇴행'을 마치 확인이라도 시켜주는 듯한 보도가 나왔습니다. 대통령실이 MB 시절 언론 장악의 설계자이자 지휘자였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방통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입니다. 대통령실이 보도에 대해 부인하지 않으면서, 이동관 씨의 방통위원장 내정설은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뉴스타파는 MB 시절 정권 차원에서 자행된 언론 장악 작전의 총지휘자가 이동관 씨라는 사실이 적시된 대통령 기록물과 국가정보원 내부 문건을 찾아내 공개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이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도합니다.

이동관 언론 장악 문건에 남은 적나라한 행태

뉴스타파가 확인한 20여 건의 문건들은 이동관 씨가 수장으로 있던 청와대 대변인실과 홍보수석실이 직접 생산했거나 요청해서 만들어진 문건들이었습니다.

문건들에 따르면 이동관 씨는 2008~2010년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면서 ① 대변인실은 물론 수석비서관실까지 동원해 언론 모니터를 강화했고 ②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문제 보도’로 낙인 찍어 때로 수정까지 요구했으며 ③ 국정원으로부터 공영방송 내부 동향과 언론인 축출 방안을 보고받고 ④ 국정원에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실행 계획을 세우도록 지시했습니다. 

이렇게 명확한 증거가 드러났는데도 이동관 씨는 아직 단 한마디의 사과를 하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는 이동관 씨의 임명을 강행할 태세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이 어떤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집회 시위 탄압도 MB처럼

지난 주에는 언론계 뿐 아니라 집회 시위 현장에서도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5월 31일 경찰은 전남 광양 포스코에서 망루 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한국 노총 간부의 머리를 진압봉으로 무차별적으로 내리쳐 부상을 입혔고, 같은 날 민주 노총 야간 문화제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는 4명을 체포하고 4명에게 부상을 입혔습니다. 집회 시위 현장에서는 2017년 3월 이후 6년여 만에 캡사이신 분사기가 등장했고 경찰이 살수차 재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역시 MB 시절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입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승인 아래 경찰이 노동자들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진압봉을 휘둘렀던 쌍용차 강제 진압 사태도 생각나고, 무리한 강제 진압으로 철거민과 경찰 등 6명이 숨졌던 용산 참사도 생각납니다. 현장에서는 집회 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 수위와 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는 우려들이 나옵니다.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있습니다. 지난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집회, 시위에 엄정한 법 집행을 주문하면서 집회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면책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14, 5년 전 이명박 정부가 내렸던 방침과 판박이처럼 똑같은 발언입니다.

직무를 충실히 이행한 법 집행 공직자들이 범법자들로부터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강력히 지지하고 보호할 것입니다. 경찰과 관계 공무원들은 불법 행위에 대해서 엄정한 법 집행을 해줄 것을 당부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 2023.5.23 국무회의 발언 중 

시위대 검거 등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면책을 보장하여 적극적인 공권력 행사를 보장하도록 하겠습니다. 
- 소병철 당시 법무부 기획조정실장/2008.3.19

윤석열 정부의 전속력 후진

이 모든 일들이 지난 한 주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집권 초반부터 퇴행의 조짐을 보여왔던 윤석열 정부는 집권 1년차를 맞아 퇴행의 속도를 급속하게 올리며 뒤쪽으로 급발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퇴행적 급발진은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총선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언론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것, 노조 혐오 정서에 편승해 노조 때리기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이 총선 승리를 위한 정지 작업이라고 판단하는 것이겠죠. 

그러나 언론 자유와 노동 3권, 집회 시위의 자유는 모두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입니다. 지지기반 강화와 정파의 승리를 위해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자유 민주주의라는 가치와  가장 거리가 먼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현 시점 윤석열 대통령의 내면은 러시아나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와 더 닮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과 기사를 통해 확인하세요.

● 관련보도 보기

‘백투더 MB’ 언론장악 설계자의 ‘귀환’ (https://newstapa.org/article/_8k0e)
캡사이신, 곤봉...노동탄압도 MB처럼 (https://newstapa.org/article/aB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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