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허파' 곶자왈, 보존할 곳 따로? 버릴 곳 따로?
곶자왈 보전조례 첫 제정 이후 9년 만에 대대적 손질
보호·관리·원형훼손지역 '차등'에 "모든 지역 보호대상" 쓴소리
'토지매수 청구권제' 호평 속 대규모 예산 투입 가능성 의문 제기
상위법 충돌 우려 지적, '곶자왈 관리에 마을돈 투입' 주민 목소리도
'제주의 허파'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숲 지형인 '곶자왈'을 보전하기 위해 관련 조례가 제정된지 9년이 경과한 가운데, 이 조례를 전면 손질하는 전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곶자왈 지대를 소유한 토지주에게 행정에 토지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토지매수 청구권제 도입에 대해선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양측 이견이 없었지만, 곶자왈 지대에 가치를 차등해 보호지역,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으로 세분화한 부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집중됐습니다.
본래 전체가 보호지역인 곶자왈을 보호해야 할 지역과 그렇지 않아도 되는 지역으로 나눈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토지매수 청구권의 대상이 보호지역에 국한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되며 여러 과제를 남겼습니다.
또 토지매수 청구권제가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이냐는 지적과, 조례가 상위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습니다.
그럼에도 최초 의원 발의였던 곶자왈 보전조례에 대해 행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라 보다 진일보한 내용으로 행정 입법안으로 제시된 부분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습니다.
제주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오늘(8일) 오후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관련 도민의견 수렴 정책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양제윤 제주자치도 기후환경국장의 전부개정조례안 발표에 이어 강경식 전 제주자치도의회 의원, 고상봉 안덕면 서광동리장, 강주영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효철 (사)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 송관필 제주곶자왈공유화재단 상임이사의 주제 발표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양제윤 국장이 발표한 전부개정조례안 내용의 핵심은 기존 보전에 맞춰진 곶자왈 관리 기조에 '활용'적 측면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마저 불러왔던 기존 조례에 대해, 일정 정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곶자왈 환경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
이를 위해 ▲곶자왈의 체계적인 보전관리를 위한 지역 세분화 ▲곶자왈 지대 소유주의 토지매수 청구권 도입 ▲곶자왈 매입을 위한 특별회계 설치 ▲곶자왈 자연휴식지 지정·관리 ▲생태계서비스 지불제계약 체결 등의 주요 내용이 담겼습니다.
주로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곶자왈의 지역을 세분화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양 국장은 지질학적 개념과 방법론, 해당 지역의 식생보전의 가치와 상태에 따라 곶자왈 지대를 △보호지역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으로 나누는 방안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제주도내 곶자왈은 총 95.1km² 제주도 전체 면적의 5.1%에 해당합니다. 이 가운데 '보호지역'으로 분류된 곶자왈은 35.5%인 33.7km²였습니다. 나머지 29.6km²(31.2%)는 '관리지역', 31.7km²(33.3%)는 '원형훼손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보호지역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서식지 등 식생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 관리지역은 '상록활엽수림 저밀지역 등 식색보전 가치가 중간 지역', 원형훼손지역은 '나대지, 경작지, 기재발지(허가지 포함) 등 식생보전 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으로 정의했습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현재 곶자왈로 지정된 곳의 3분의 1가량은 보전의 노력이 필요없다는 논리입니다.
의원 시절 해당 조례를 최초로 발의한 강경식 전 의원은 "원형훼손지역이라는 표현은 원형이 훼손돼서 앞으로 무자비하게 개발이 가능하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환경단체에선 곶자왈 전 지역을 구분하지 말고 보호지역으로 주장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원형훼손지역은 용어를 바꿔서 원형이 훼손됐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지역이라고 표시해 관리를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곶자왈 지역 전체가 보호지역"이라고 강조하며, "원형훼손지역까지 매수가 가능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용어 등에 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효철 (사)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는 더욱 거세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 대표는 "조례안을 놓고 환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포문을 열고 "곶자왈을 보호지역, 관리지역, 훼손지역으로 구분해 관리체계 세분화했는데, 세분화에 따른 보호대책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조례안 내용에 따르면)현재 보호지역 전체 곶자왈 지역의 35%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나머지 지역은 또 떠버리는 것이다"라며 "심지어는 기존에는 같은 지역 곶자왈이었지만, 이제는 보호지역 외의 곶자왈이 되다 보니까 더더욱 개발 위험에 놓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미 개발된 곳을 예로 들면 생태계 3등급 지대이면, 30%는 개발(훼손)지구이고 70%는 원형보존지역이다"라며, "이 형태로 묶어버리면 거긴 다 훼손지역이 돼 버리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또 토지매수 청구권에 대해서도"토지매수 청구권의 대상이 어디인지 조례상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한쪽에선 보호지역 등에 대한 매수 청구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또 한편은 기본계획 술비의 경우는 매수 대상이 보호지역내 사유지로만 돼 있다. 곶자왈 관리보전위원회의 기능도 보호지역내 사유지에 대한 매수 청구권 심의만 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곶자왈 인근 지역주민도 참석해 여러 애로사항을 털어놨습니다.
고상붕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장은 "곶자왈 지역을 마을 공동목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곶자왈에서 가축을 키우다가 곶자왈이 훼손되면 환경관리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돼 있다. 축산업자들이 범죄자들로 양산될 수 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특히, 토지매수청구권의 현실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고 이장은 "마을 곶자왈이 70만 평 정도 된다. 평당 10만 원으로 쳐도 최하 600억 원이 드는데, 그 예산이 (특별회계 기간)4년 동안 투입해서 매수가 가능한지 하는 부분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라며, 특별회계 예산으로 수월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일반회계 예산을 편성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곶자왈 생태 탐방로를 유지관리하는데 마을 자금이 들어간다"며 "관광객이 와서 쓰레기를 버리면 제가 청소를 한다. 마을에서 풀베기를 하는데도 연간 1천만 원이 든다. 유지관리비용도 좀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곶자왈로 지정되면 일부 구역에 카페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 관리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곶자왈 공시지가 등 세금 관련 부분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강주영 법전원 교수는 "제주특별법 354조 3항에서 곶자왈을 정의하고 있다. (법률에 나온 내용에)덧붙여서 조례에서 곶자왈의 정의를 더 늘렸다"라며, "정의 규정을 법률과 달리 조례에 가져왔다. (늘어난 조례상 정의)에 따라서 행위 제한이 늘어나게 되면, 이 조례는 상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 조례엔 곶자왈 보호지역 지정을 제주자치도지사가 하도록 돼 있고 도의회가 동의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다"라며, "제주특별법에는 지정권자가 제주자치도지사로 돼 있다"이 부분이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며 충분한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경식 전 의원의 경우 조례안의 긍정적인 부분을 보다 수월하게 안착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강 전 의원은 "전반적으로 전부개정조례안의 내용이 진일보하고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한 후 보다 체계적인 곶자왈 관리계획이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조례 개정 이후에 재정관리 계획을 마련하듯이 곶자왈과 관련한 5년 단위, 10년 단위 자금 마련, 매입 계획을 제대로 만들어서 제주자치도지사가 확실한 의지를 갖고 발표를 하고 그 계획에 따라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산림청에서 매년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제주자치도에서 일반회계로 적극적으로 예산을 우선 반영해야 하고, 그래야 국가 예산도 더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강 전 의원은 또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자산관리공사를 만들수 있도록 계획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자산관리공사를 만들어서 좀 더 체계적으로 곶자왈 매입계획도 세우고 관리 계획도 세워서 관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외에도 송관필 제주곶자왈공유화재단 상임이사는 곶자왈 전반에 대한 내용과 세분화된 각 곶자왈 지역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한편, 곶자왈은 제주도의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에 의해 형성된 불규칙한 암괴지대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입니다.
제주도 전체 면적의 5% 안팎에 불과하지만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등 제주도 자생식물의 50% 이상이 서식하는 생물종다양성의 보고로,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신이 내린 보석이란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상당 부분이 이 곶자왈을 통해 지하로 모이기도 합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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