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범죄도시 1000만 흥행 기대감…한국 영화 부활할까 [엄형준의 씬세계]

엄형준 2023. 6. 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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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초반 흥행 순항… 관객 600만명 넘겨
흥행 영화 없었던 고사 직전 영화계 안도·박수
“관객이 영화관 찾아온다는 건 좋은 일” 평가
밀수, 피랍, 더문 등 여름대작 기운 받을지 관심
플래시 등 외화 대작 변수…독립영화 지원 필요

이렇다 할 흥행성적을 내지 못하고 투자마저 얼어붙으며 벼랑 끝에 몰린 듯했던 한국 영화계에서 드디어 한 방이 터졌다. 영화 ‘범죄도시3’ 얘기다.

8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7일 기준 범죄도시3의 누적관람객 수는 지난 31일 개봉한 이래 8일 만에 626만명을 기록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누적 관람객 200만명을 넘긴 첫 한국 영화이자 외화를 포함한 흥행 1위다. 개봉 첫 1주일간 관객은 451만명으로 전작인 범죄도시2의 355만명보다 100만명 가까이 많다. 현재 추세라면 관객 1000만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이런 흥행에도 대부분의 한국영화가 고전 중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한국 영화계는 대체로 흥행 성공에 박수를 보내거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영화 '범죄도시 3' 장면.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3은 이미 개봉 전부터 올해 한국영화의 성패를 예측할 가늠자로 여겨졌고, 그만큼 흥행에 대한 기대와 걱정도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들어 누적 관객 100만을 넘어선 한국 영화는 ‘교섭’과 ‘드림’ 2편에 그쳤고, 두 영화를 포함해 대부분의 영화가 극장 상영을 통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영화를 보는 패턴에 익숙해 지면서, 영화관 관객은 급격하게 줄었다. 지난해부터 일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일부 관객이 늘기는 했지만, 자리가 빈 영화관 좌석을 다시 채우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런데다가 영화관이 물가 상승과 수익 개선 등을 이유로 일제히 티켓 가격을 올리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는 듯 보였다. 제작자들 사이에선 무리한 가격 인상이라는 불만까지 표출됐다.

이런 중에도 범죄도시3에 대한 기대가 컸던 건 지난해 개봉한 범죄도시2가 코로나19 이후 유일하게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1269만명 관람이라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기대가 있긴 했지만 범죄도시3의 현재 흥행 스코어는 영화계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범죄도시3이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고, 완성도도 떨어진다는 평이 있었고, 찬물을 끼얹은 듯한 요즘 극장가 분위기를 고려할 때 아무리 잘 돼도 1000만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개봉 후 관객들은 범죄도시의 트레이드 마크인 마동석의 화끈한 주먹 한 방에 열광하며 이런 우려를 날려버렸다. 영화 후기 사이트에는 “역시 화끈했다”, “오랜만에 영화 보고 웃었다”, “시원하고 스트레스 뻥 뚫린다”, “나쁜 놈들 더 패버리는 마동석의 액션 다음 편도 기대”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흥행에 가장 반색한 건 극장가다. 오랜만에 극장이 북적거리고, 팝콘과 콜라도 많이 팔렸다. 거기다 티켓 가격을 올려 관객이 줄었다는 비판의 수위를 약간은 누그러뜨릴 수 있는 부가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자신들의 성공은 아니지만 제작자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한 중견 제작자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무슨 영화든 극장을 가서 영화를 봐야 다시 또 극장을 찾게 된다. 그래서 범죄도시3이 흥행은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일단 극장을 한번 찾게 되면, 다른 영화로도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범죄도시3이 올여름 개봉하는 대작들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인다. 올해 여름 블록버스터 한국 영화로는 ‘밀수’, ‘피랍’, ‘더문’,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꼽힌다. 이 중 밀수는 7월 후반 개봉을 결정지었고, 이어 피랍의 개봉이 예상된다. (피랍은 교섭과 어감이 비슷해 개봉 땐 제목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더문과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8월 개봉일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의 경우 범죄도시2의 흥행에도 이후 개봉 영화들이 고배를 마셨지만 올해는 양상이 조금 다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기대다. 우선 여름의 문을 열 피랍이 범죄도시3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런 기대에도 범죄도시3의 흥행만으로 한국영화계가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낙관하긴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이날 KOBIS 관객 순위에서 범죄도시3을 제외하고 톱10에 든 한국영화는 10위에 랭크된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뿐이다. 범죄도시가 블랙홀처럼 관객을 빨아들이며 다른 영화의 관객, 특히 한국 영화의 관객은 빠르게 빠지고 있다. 중소영화의 흥행도 여전히 빨간불이다.   최근 외화가 힘을 못 쓰고 있는 것도 범죄도시3의 흥행을 도왔다.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힘겹게 헤엄치고 있고, 트랜스포머도 범죄도시와 겨루기엔 힘이 떨어진다. 하지만 다음 주 플래시와 엘리멘탈이 개봉하고, 인디아나 존스와 미션임파서블 시리즈 등 만만치 않은 외화의 개봉도 기다리고 있어 범죄도시3가 롱런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범죄도시3의 흥행과는 별개로 제작 방식의 변화를 포함한 한국 영화업계의 환골탈태는 불가피해 보인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이제 OTT와 확실히 차별할 수 있고, 극장에 가야 할 이유가 있는 영화에 투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OTT와의 경쟁으로 제작 단가까지 오른 상황인지라, 이제 OTT나 해외판권을 염두에 둔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는 대작 영화를 만들 필요가 있고, 투자는 더욱 신중해질 가능성이 크다. 
범죄도시처럼 인기를 끌 수 있는 프랜차이즈 전략도 관심을 끈다. 범죄도시3의 성공으로 이미 만들어진 범죄도시4를 포함 7편까지 계획된 시리즈는 예정대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흥행에도 범죄도시3에 대해 식상하다거나 질이 떨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는 만큼 시리즈의 순항을 위해서는 향후 어떻게 차별화를 할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영화 제작 편수의 감소로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가 고사하지 않도록 돕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방편의 하나로 이미 극장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바우처 발행 등 한국영화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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