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증언] ‘평생 몸과 마음의 상처’…강승찬 할아버지
[KBS 제주] [앵커]
4·3의 역사를 기록하는 KBS 연속기획 순서입니다.
강승찬 할아버지는 70여 년 전 군인들이 내버리고 간 폭발물이 터지면서 크게 다친 뒤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몸과 마음의 상처로 평생 힘겨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유용두, 강재윤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강승찬/4·3 후유장애인 : "총 10남매 농사지었지, 뭐 할 게 있어? 조 수확할 때는 조밥, 보리 철에는 보리밥. 우리 큰아버지 큰아들이 셋아버지(우리 아버지)에게 자꾸 "보증 서주세요" 해서 밭 다 팔아 먹어버리니까, 먹는 것도 힘들고 없으니까. 낮에는 고구마, 고구마 쪄서 그걸 점심으로 먹는 거예요. 아침, 점심, 저녁은 보리쌀 나면 고구마를 썰어서 밥을 크게 많이 만들어서, 식구가 많으니까."]
[강승찬/4·3 후유장애인 : "밤에는 무장대가 내려와서 장난치고, 낮에는 순경들이 다니면서 장난치고 4·3이 난장판이었죠, 매일 사람들 데려다 표선리 백사장에서 다 총살해버리고, 죄 없는 사람들 다 총살당했죠. 표선국민학교에 군인들이 와서 주둔했었지. 4·3 진압하려고."]
[강승찬/4·3 후유장애인 : "6·25 터지니까 (군인들이) 다 육지로 올라가게 됐어요. 소먹이는 자골이라는 게 있었어요. 그걸 재배해서 베어 놔뒀다가 소 주고 하는 것이었는데, 군인들이 육지로 올라가면서 거기다가 불발탄을 던져서 내버렸어요. 그거 가져다가 톡톡 두드리니 불이 번쩍번쩍하니까, 큰 돌 가져다가 팍 때렸어. 6학년 학생들이. (불발탄이 폭발하면서 20여 명이 죽고) 나는 이 다리가 여기로 두 동강 났었지. 이쪽도 다리, 여기 눈, 이거 보이지 않지, 파편 들어가서. 난 4학년 때고, 피가 범벅되니까 산다는 것은 힘들게 생각했지. 제주시에 도립병원이라고 있었는데 그것도 한 며칠 후에야 거기 병원장들이 와서 치료도 하고, 그 전에는 표선에 조그마한 병원이 하나 있었지. 그 병원에서 그냥 붕대라는 것이 없었어, 옷 찢어서 다 감고. 죽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살아나니까 하천리에서 표선으로 그 의원한테 어머니가 매일 업고 다니면서 치료했지. 우리 어머니 고생 많았어요."]
[강승찬/4·3 후유장애인 : "(6·25 때)군인 가서 셋째 형님 돌아가셔버리고, 대전에서 둘째 형님 돌아가셔버리고. 4·3에 얽혀서 다 (대전)교도소 가서 죽여버린 거예요. 꿈은 있었지. 공부해서 직장 들어가서 살아야겠다 그런 마음은 있었지. (폭발 사고로) 다 무너졌어. 산다는 것이 뭔지, 이렇게 후회하면서도 그래도 낳아준 부모님 생각해서 오래 살아야겠다는 그런 마음 갖게 되고. 지금까지 생활해 왔는데 꿈같아요."]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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