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과 후 전쟁활동’ 성용일 감독 “입시 전쟁 내몰린 고3, 어른이 꿈 향해 끌어줘야”
“아이들이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흐뭇한 결말로 갈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그리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어요. 고3 학생들을 통해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학 갈 때 고생하고, 왜 지금도 힘든지. 대학은 넘치는데 왜 아이들은 힘들어하는지. 이 상황이 맞는 것인지를 ‘방과 후 전쟁활동’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죠.”
“‘미스터 기간제’ 때는 계급이 나눠지고 이를 이용하는 어른들보다 더 무섭고 영악한 학생들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반면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는 정반대로 가고 싶었어요. 외부로는 괴물과 싸우지만 안에서는 또래의 천진하고 순수한, 그리고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을 담으려 했지요.”
웹툰과 차별점에 대해선 “작든 크든 3학년 2반 학생들이 모두 화면에 각자의 역할을 하기를 바랐다”라며 “신인 배우들이기 때문에 주인공을 지정하기 힘들었고,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마음으로 연기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출 의도와 신인 배우들의 열정, 그리고 웹툰이 가지고 있는 인지도 등으로 드라마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3학년 2반 학생들이 대거 죽고, 살아남은 주인공(김치열) 마저 수능 당일 시험장을 나오면서 끝나는 결말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렸다. 이에 대해 성 감독은 “희생한 사람들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고 그것조차 반발하는, 남들을 밀쳐내고 경쟁으로 내모는 사회를 지적하고 싶었다”라며 “(죽은) 친구들을 생각하면 수능을 치르지 못하고 시험장을 나온 치열(김기해)이도 그런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을 이끌었던 이충호(신현수) 중위의 죽음에 대해서도 “믿을만한 어른이 사라진 이후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그리고 싶었다”며 “‘사회’라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갯속에서 누군가 이끌어줘 마음의 안정을 가졌지만, 그 사람이 사라지면서 폭주하는 모습을 통해 앞서간 사람, 어른의 중요성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성 감독은 인터뷰 내내 어른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청년들을 이끌어줄 어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지난해부터 청년들을 위한 멘토링도 하고 있다. ‘CJ도너스캠프 청소년 문화동아리’로 방송, 영화, 음악, 공연, 요리, 패션·뷰티 6개 분야에서 청소년들이 스스로 창작자가 되어 기획부터 창작까지 작품을 완성하는 CJ나눔재단의 대표 지원사업이다. 성 감독은 방송 분야 멘토로 청소년과 대학생봉사단에게 업계 이야기를 알려줬다. 그는 “이 일(방송)을 처음 하고 싶었을 때 주변에서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조언을 구해 내가 판단을 내릴 때 마음이 편했을 것 같았다”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이번 지원사업 이야기를 듣고 함께하게 됐다”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좋은 멘토나 선배는 꼭 필요한 것 같아요. 특히 중·고등학생들에게요. 대학에 가기 전에 업계 조언을 누군가 해준다면 학생들은 꿈을 명확하게 꿀 것이고, 그러다보면 다른 길로 가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길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방과 후 전쟁활동’처럼 어른들의 위치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작년 멘토링을 했던 학생들로부터 연락을 가끔 받는다는 성 감독은 “연출이나 기획 등 방송 쪽 일을 종종 알려주고 있다”며 “나도 젊은 친구들을 통해 생활 습관이나 콘텐츠 소비 패턴 등을 배우고 있다.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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