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은 日 대사, 이재명은 中 대사... 여야 대표 '엇갈린 만남' 배경은
"국민 불신 해소에 적극 협력 필요" 당부
이재명 대표, 中 대사 초청과 '관저 만찬'
日 오염수 공동대응·균형 외교 부각 의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각각 주한 일본대사와 주한 중국대사를 만났다. 여야 대표가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각기 다른 인접국 대사를 만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중심 '가치 외교'를 뒷받침하려는 의지를 강조한 반면, 야당은 한미일에 올인하기보다는 '균형 외교'로 차별화하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두고 대립 중인 여야가 각각 일본·중국과 '공동 전선'을 통해 상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 아이보시 대사에 "비과학적 선전·선동 배격"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접견한 자리를 통해 비공개 대화 포함 약 30분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한일 우호적 관계 강화를 위한 방안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비과학적인 선전·선동을 배격할 것"이라며 "악의적인 선전·선동은 양국 간 관계 발전을 저해하고, 어민에게 막대한 피해만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불신을 없애는 일에 일본 측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아이보시 대사는 "한국 국내에서 계속 처리수 문제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저희도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높은 투명성을 가지고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성실한 설명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일 간 안보·경제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금의 관계 회복은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 북한 도발이 날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일 간 안보협력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보시 대사도 "최근 한일 경제인 간 협력이 강화되는 만큼 앞으로 더 구체적인 협력이 강해질 것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와 싱 대사 만찬서 尹 정부 외교 견제
이 대표와 싱하이밍 대사는 이날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번 회동은 당내 국제위원회 위원장인 황희 의원을 통한 싱 대사의 제안을 이 대표가 수락하면서 이뤄졌다. 두 사람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공동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최근 한중관계에 국제정세나 경제상황 등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최대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곤란에 봉착했다"며 "현지 진출한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 정부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일본 오염수 방류 방침에 대해선 "주변국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가능하면 함께 목소리를 내고 공동 대응책을 강구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현재 중한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고, 이에 대해 깊이 우려하며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미중 현안인 '대만문제'를 언급하며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 우리가 한국의 핵심 관심사항을 준용하는 동시에 한국도 중국의 관심사항을 존중하면 고맙겠다"고 사실상 한미일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 요소의 방해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며 미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해선 "결연히 반대한다"며 "일본이 태평양을 자신의 집 하수도로 삼는 것 같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사실상 중국이 이번 자리를 마련한 것은 한미일 공조에 무게를 두고 있는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싱 대사가 야당 대표를 먼저 만나자고 한 것은 의미가 깊다"며 "한국 정부와의 관계가 틀어지고 있는 데 대해 역할을 해 달라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종훈 인턴기자 usuallys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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