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최악 재앙` 카호우카 댐 파괴에 갈 곳 잃은 주민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다목적댐 카호우카 댐 파괴로 이재민이 대량 발생했습니다. 동물들도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댐 폭발로 파괴된 후유증이 수십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까지 나왔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를 댐 파괴의 배후로 지목하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새벽 카호우카 댐이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일부가 무너졌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드니프로강 하류 물을 댐으로 가둬 전력을 생산하는 카호우카 수력발전소 댐의 상부 구조물이 붕괴한 것이죠. 높이 30m, 길이 3.2㎞의 카호우카 댐의 저수량은 18㎦로, 우리 충주호 저수량의 6.7배 규모입니다.
댐 붕괴로 인해 다량의 물이 쏟아지면서 민간의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인근 14개 거주 지역이 침수됐습니다. 어른 가슴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고 수위는 한때 최고 12m까지 상승했다고 현지 당국은 밝혔습니다. 주민들은 긴급 대피했습니다. 현재까지 최소 7명의 주민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만6000여명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됐습니다. 수천채의 집도 떠밀려 내려갔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약 4만2000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동물들도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에는 거리를 배회하는 비버, 물에 잠긴 시청 앞 광장을 유영하는 백조, 경찰에 구조되는 개 등 수난을 당한 동물들의 영상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카호우카 댐이 있는 노바 카호우카 마을의 한 동물원에선 수백마리의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했다고 합니다.
카즈코바 디브로바 동물원의 소유주인 올레나 나우로즈카는 현지 언론에 "동물원이 완전히 잠겨 원숭이, 당나귀, 조랑말을 포함해 300마리로 추산되는 동물이 모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동물원에선 오리들과 백조들만 살아남았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카호우카 댐 폭발로 인한 후유증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드니프로강 주변 환경이 큰 타격을 받게 될 수밖에 없으며, 그 충격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카호우카 댐을 대체할 새로운 댐이 건설되지 않으면 하류 지역은 사람이 살기 쉽지 않은 곳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강 범람으로 생태계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고, 전쟁통에 매설된 지뢰가 흩어지면서 일대가 매우 위험해졌기 때문입니다.
식수는 물론이고 농업용수까지 부족해져 농업생산 차질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유럽 최대 핵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일도 차질을 빚을 전망입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악의 생태계 재앙'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상대방에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반격에 나선 자국군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 측이 고의로 댐을 폭파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댐 파괴로 주변 지역이 대부분 침수되면서 헤르손주를 통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은 한동안 어렵게 됐습니다. 범람으로 인해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전선을 돌파하는 것이 당분간 불가능해진 것이죠. 덕분에 러시아군은 이 방면에 배치했던 병력을 빼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예상되는 다른 전선을 보강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대반격 작전 와중에 다연장로켓포 '빌하'를 이용해 발전소와 댐에 포격을 가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통제하에 있는 크림반도로의 용수 공급을 중단시키려고 댐을 파괴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국제사회는 인도적 지원에 본격 나섰습니다. 프랑스는 당장 필요한 장비 약 10톤을 보내기로 했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EU 시민보호기구'를 통해 독일, 오스트리아, 리투아니아가 첫 번째 인도적 물품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수기, 발전기, 물 펌프, 텐트, 담요 등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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