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兆단위 `대어`속 `반값상장` 기업도… 희비 갈린 IPO

이윤희 2023. 6. 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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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4곳 대기… 공모액 3700억
서울보증, 13년만의 공기업 상장
나라셀라, 몸값 낮췄지만 외면
큐라티스도 '반값상장' 신세로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코스피 2600선 안착을 기점으로 활력을 되찾는 모습이다. 하반기에는 시가총액이 조(兆) 단위에 이르는 기업들이 상장 채비에 나서면서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몸값을 절반이나 낮추면서 상장을 밀어붙이는 기업들도 나타나는 등 시장의 성패는 엇갈리고 있다.

8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IPO 예상 기업 수는 12~14개 수준이다. 지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6월 평균 상장 기업수(11개)와 최근 5년(2018~2022) 평균(9개) 대비 조금 더 많다.

이달 IPO 시장의 예상 공모금액은 3000억~ 3700억원대다. 공모 금액 기준으로는 역대 동월 평균 공모금액 2914억원과 최근 5 개년 평균 공모금액 1769억원 대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달 상장 예정 기업의 예상 시가총액은 1조5000억~1조7000억원 수준으로 최근 5 개년 평균 시가총액(8000억원)을 큰 폭으로 웃돈다.

◇대어가 돌아온다… 에코프로 자회사부터 공기업까지=업계에서는 지난해 이후 실종된 대어급 IPO가 재개될 조짐에 주목하고 있다. 연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SGI서울보증, 두산로보틱스 등이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대장주 에코프로그룹의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지난 4월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이 회사의 상장 후 시가총액이 3조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SGI서울보증도 상장 가시권에 든다. 회사는 최대 주주(지분율 93.85%)인 예금보험공사의 지분매각 계획이 지난해 7월 발표된 뒤 기업공개를 준비해 왔다. 시장에선 서울보증보험의 시가총액을 2조~3조원으로 보고 있다. 만약 상장할 경우 2010년 지역난방공사 이후 13년 만의 공기업 상장이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로보틱스는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을 활용해 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성적 엇갈리는 IPO 시장=최근 IPO 시장에서는 가격과 구주매출 규모 등에서 시장친화적인 공모 구조를 갖춘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후 유통 물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마녀공장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첫 날 '따상'을 기록했다. 따상은 상장된 날 공모가의 두 배로 거래가 시작돼 상한가(가격제한폭 30%)로 마감하는 것을 일컫는다. 마녀공장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부터 올해 최고 기록인 180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끌어내며 관심을 모았다. 공모가도 희망 범위보다 높은 1만6000원에 정해졌다.

공모가를 상장 예비심사 당시보다 30% 이상 낮춰잡은 진영도 지난달 기관 수요예측에서 159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공모가를 희망 밴드를 초과해 확정했고, 일반청약에서도 14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장일 시초가는 공모가 5000원 대비 2배 오른 1만원에 형성됐다.

반면, 국내 1호 상장 와인 유통사가 된 나라셀라는 공모 단계에서부터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며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178대 1의 경쟁률로 희망밴드 최하단에 공모가를 결정했고, 일반청약 경쟁률도 4.8대 1에 그쳤다. 코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2만원) 아래로 떨어진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를 밑돈다.

◇자본잠식에 오버행…'반값 상장'도 나와=대규모 잠재 매물(오버행) 우려가 있던 큐라티스와 프로테옴텍은 각각 기관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았다. 큐라티스는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52.89대 1을 기록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 435개 중 94.7%(412개)가 공모가 희망밴드(6500~8000원) 하단 미만으로 가격을 제시하며 최종 공모가를 4000원으로 확정했다.

최종 가격이 희망 가격의 최상단에 비해 반값으로 떨어지자 당초 상장을 통해 최대 28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던 큐라티스가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도 14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큐라티스의 경우 상장 일정을 미룰 수 없다. 투자금이 급한 기업들은 공모가를 낮춰서라도 상장을 감행해야 한다. 일반투자자 청약 결과 경쟁률은 155.80대 1로 집계됐다. 청약 증거금은 약 2729억5700만원이었다.

역시 오버행 우려가 있는 프로테옴텍 수요예측 경쟁률도 94.1대 1 수준에 그쳤다. 상장을 준비하면서 이미 몸값을 세 번이나 낮췄지만 최종 공모가는 희망 공모 범위(5400~6600원) 최하단보다 낮은 4500원에 결정됐다. 프롬테옴텍의 일반 청약 경쟁률은 35.43:1로, 청약 증거금은 약 321억232만원이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모주들의 주가가 좋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적정 가치를 정하는 건 중요해보인다"면서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나라셀라는 상장 후 공모가를 하회했고 큐라티스와 프로테옴텍도 희망공모가 하단 대비 16~38% 낮은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수요예측 등에서 기관으로부터 낮은 성적을 받아들고 상장했으나 가격 경쟁력으로 일반 청약이나 상장 후 성적이 좋았던 경우가 있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오버행 우려가 있는 종목의 경우는 주의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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