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에 손내민 민주… 대통령실 "노동정책 원칙 변함없다"

임재섭 2023. 6. 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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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尹정부서 노동자 과잉진압"
與 "불법에 엄정한 법집행한것"
대통령실 "수신료 분리징수는
KBS 사장 사퇴 의사와는 별개"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민주당-양대노총 청년정책 간담회'에서 정책 요구안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왼쪽 부터) 국민의힘 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7년 5개월만에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명암이 갈렸다. 민주당은 곧바로 한국노총과 거리 좁히기에 나선 반면, 국민의힘은 내심 후속조치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경사노위를 위해 정부의 노동정책 원칙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양대 노총 청년노동자 타운홀미팅 노동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한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한 바로 다음날 이 대표와 만난 것이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양대노총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나열하며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들을 과잉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씨의 분신사건에 대해서는 "노동 탄압이라는 단어가 국민 머릿속에서 상당 기간 있었다가 결국 사법 기관의 과도한 수사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참으로 오랜만에 국민 눈앞에 벌어졌다"고 했고,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구속된 것과 관련해서도 "이미 제압된 노동자들에게 쇠파이프와 경찰봉을 휘둘러서 심한 부상을 입힌 사례는 진압 자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게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현 정부 집권 세력의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다시 되돌아봐야 할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양대 노총 소속의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며 민주당과 한국노총이 거리를 좁혔다는 점을 직접 강조했다. 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노총 출신이지만 최근 이 장관과 한국노총 사이 관계는 악화될대로 악화돼, 김동명 위원장은 "(이 장관을)족보에서 파버리겠다"고 말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퇴진' 등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여권은 '노사 법치주의'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선언으로 노동개혁에 상당히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에 "공권력, 불법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한 건데 그걸 이유로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겠다면 어느 국민이 그런 태도를 이해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김 사무처장이 경찰의 접근에 정글도(刀)와 쇠파이프 순으로 휘두른 정황을 설명하면서 "불법이 자행되는데 공권력이 눈감아야 되나. 이전 정권에선 그랬는지 모르지만 윤석열 정부는 그렇게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 간 대화도 굉장히 중요하나, 경사노위를 유지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원칙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엄정한 법집행, 노사법치, 노조 (회계)투명성,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원칙이 이런 불법적인 시위 문제로 영향받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하게 말씀드린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힘도 결국 침묵을 깼다.

김기현 대표는 평소와 달리 오후에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한국노총 지도부가 불법행위에 대한 경찰의 적법한 진압을 이유로 경사노위에 불참하겠다고 한다"며 "정당한 법집행에 흉기와 폭력으로 저항하는 게 용인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노조든 경영자든 법을 지켜야 하는 시대"라며 "노사 모두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게 노동개혁 시작"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집회·시위는 그 어떤 규제나 제한도 없이 자유롭게 보장될 것이지만, 떼법이 통하는 비상식적 시대는 이제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노총 끌어안기를 고려한 김문수 경사노위원장 교체설이 돌았으나,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 모두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협의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오히려 노사정 대화에서 양대노총 과점을 깨자는 강경론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라디오에서 "2000만 노동자 중 200만명을 대변하는 기구가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것처럼 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른바 MZ노조와 비정규직 참여를 거론하며 "이 판에 경사노위 재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의철 KBS 사장이 시청료 분리징수 철회를 조건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에 "시청료 분리징수와 사장 사퇴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 국민이 KBS에 원하는 것은 시청료 분리징수다. 조세징수 하듯이 강제로 걷지 말라는 것"이라며 "국민이 KBS에 원하는 게 있다면 좀 더 보도를 공정하게 해달라, 경영을 방만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지 사장이 물러나라고 요구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재섭·한기호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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