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로 몰릴 수 있는 '퐁당마약' 피해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6:47~06:57, 12:47~12:57, 19:47~19:57)
■ 진행 : 이승우 변호사
■ 방송일 : 2023년 6월 8일 (목요일)
■ 대담 : 안지성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가해자로 몰릴 수 있는 '퐁당마약'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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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안녕하세요. 이승우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퐁당마약'입니다. 다수의 마약이 사회에 돌아다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마약의 유통가격이 싸졌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이렇게 되다 보니, 내가 원하지 않는, 내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마약범죄를 당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법무법인 법승의 형사법 전문 변호사인 안지성 변호사와 알아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안지성 변호사(이하 안지성)>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퐁당마약'이 어떤 범죄를 말하는 거죠?
◆ 안지성> 가장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린다면 타인의 술에 '퐁당' 마약을 빠뜨린다는 의미에서 '퐁당마약'이라고 하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지난 2월 유명 인플루언서 여성이 안면이 있던 20대 남성으로부터 전자담배를 건네받고 두 모금을 피운 뒤 정신을 잃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몇 시간 뒤에야 정신을 차린 여성은 자신의 치마가 들춰올라가 있고 몸 곳곳에 알 수 없는 상처가 나있어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찰 수사 결과 여성이 흡입한 전자담배에는 일명 '허브', 합성대마가 들어 있었습니다. 또한, 얼마 전에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학생들에게 필로폰 등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기억력 강화음료라고 속여 마시게 한 사건이 발생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퐁당'은, 타인에게 몰래 마약을 투약하는 행위를 일컫는 은어로, 과거 이른바 '버닝썬 사건'으로 세간에 처음 알려졌습니다. 클럽에서 이른바 '물뽕'이라 불리는 무색무취의 GHB를 몰래 술에 타서 먹인 뒤 성폭행하는 사례였는데요. 그러나, GHB 자체가 단기간 내에 몸에 흡수되기 때문에 빠르게 검출되지 않으면 증거가 남지 않는 탓에, 의혹만 무성했을 뿐 실제적으로 퐁당마약 사건으로 처벌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최근 들어 이러한 '퐁당마약' 이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이승우> 최근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많은 분들이 '퐁당마약' 범죄를 알게 되셨을 것 같은데요. 오늘은 변호사님이 실제로 맡았던 사건을 준비해오셨다고요?
◆ 안지성> 최근, 저희 사무실에도 마약류 사건 비중이나 수가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습니다. 그 중에 많지는 않지만 '퐁당마약' 피해를 입었다는 분들도 종종 상담이 들어옵니다. 실제로 제가 진행했던 사건 중, 미성년자였던 의뢰인이 랜덤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과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남성은 술에 타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며 불상의 가루를 섞어 술을 건네주었고 남성으로부터 건네받은 술을 마신 후 곧바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다음날에야 정신을 차린 피해자는 성기와 항문 부분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팔에서 이상한 주사 자국까지 발견하게 되었고, 계속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환청 증세와 환시 증세까지 겪게 되자 비로소 어제 마신 술에 이상한 성분이 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성분 검사를 위해 경찰서에 방문하게 됩니다. 그렇게 경찰서에 방문해서 진행된 소변 검사에서는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마치 피해자가 필로폰을 투약하고 자수한 것처럼 되어 버렸고, 사건은 피해자와 상대 남성이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필로폰 투약 사건으로 되어버린 것입니다.
◇ 이승우> 피해자가 오히려 마약 자수자로 몰리는 상황이었는데, 변호사님께서 어떻게 상황을 바꾸게 된 건가요?
◆ 안지성> 일단은 상대 남성 검거가 우선이었습니다. 상대 남성의 SNS 아이디, 랜덤채팅을 통해 알게 된 정보, 같이 투숙하면서 알게 된 정보들을 수사기관에 제공을 했고요. 다행히 2~3일 후에 바로 검거가 됩니다. 그 후 바로 대질조사를 적극적으로 요청해 해당 남성이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미성년자 피해자에게 가루로 된 약물을 줄 때 그 약물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약이라고 설명한 사정들을 적극적으로 입증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미성년 피해자가 필로폰 마약류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섭취를 했다는 것을 입증을 한 것이죠.
◇ 이승우>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부모님들이 굉장히 놀라셨을 것 같아요.
◆ 안지성> 네, 처음에 학생 혼자서 진행하다보니까 사건이 꼬였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더 늦지 않게 부모님들과 상의를 하고 저희 로펌을 찾아오셔서 조력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발 빠른 대처로 억울하게 필로폰 투약사건의 공범으로 처벌받는 것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상대 남성에 대해 강간상해 및 미성년자 마약 제공 혐의로 고소를 진행하였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황입니다.
◇ 이승우> 관련 법률 내용을 살펴보면서 '퐁당마약' 범죄를 더 살펴보죠. 어떤 법률이 적용될까요?
◆ 안지성> 누군가가 약물을 투여하여 이미 항거불능상태에 빠진 피해자를 간음한 경우라면 준강간죄가 성립하겠지만, 본인이 직접 약물을 투약하여 간음까지 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행법은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수수·조제·투약·제공한 자에게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지만, 미성년자가 아닌 타인에게 몰래 마약을 타거나 투약하는 경우에 대한 처벌은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약 3년 전 마약을 구매해 여성들의 술잔에 몰래 집어넣은 뒤 성폭행 한 사건의 경우, 마약 구매한 혐의와 여성을 강간한 혐의만 각각 적용됐을 뿐 퐁당마약 범행은 처벌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마약 범죄가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한 만큼 선진국처럼 퐁당마약 범죄에 대한 처벌규정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인데요.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은 남에게 몰래 마약을 먹이기만 해도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그리고 미국은 동의 없이 약물을 투여해 성폭행 등 2차 범죄를 저지를 경우 징역 20년까지 가중 처벌됩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이제야 비로소 '퐁당마약' 투약범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한 법안만 발의된 상태로 사실상 처벌 규정이 없는 실정입니다.
◇ 이승우> 약물이라는 것이 한 번 중독이 되거나 경험을 하게되면 2차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심각한 범죄로 나아가기 위한 도구, 수단과 같은 형태를 취하게 되잖아요? 이 점을 고려한다면 영국이나 미국처럼 강력한 처벌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퐁당마약'에 대해 법적으로 얘기 나눠봤는데요. 마지막으로, 이 범죄에 당했을 때 법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하는지 알려주시죠.
◆ 안지성> 최근 들어 언론보도를 통해 이른바 '퐁당마약' 범죄 피해 사례가 소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그 사건 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사실 '마약범죄 피해자'라는 법적 개념이 없어 권리보호나 피해구제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자신도 모른 채 투약하는 '퐁당마약' 수법의 범죄가 발생해도 고의성 여부를 따져 처벌받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마약 범죄 피해자'로 분류되지는 않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사례처럼, 일선 경찰에서조차, '퐁당마약' 수법에 당했다 하더라도 피해자로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공동으로 투약한 피의자로 보기도 하니까요. 만약, 위 사례에서 우리 의뢰인이 미성년자가 아니었다면, 피의 사건에서 피해 사건으로 전환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 이승우> 말씀주신 것처럼 마약범죄 관련해서도 가해자 또는 마약을 투약한 사람의 관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갑자기 피해를 당하게 된 피해자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우리가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안지성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안지성> 감사합니다.
◇ 이승우>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사건 파일에서 여러분의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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