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진실을 알리려는 여정,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展
역사가 현재로 소환되고 대중에게 각인되는 것은 어쩌면 그 진실을 알리려는 예술가들의 끝없는 열의와 본분을 지키려는 태도 때문이 아닐까.
이수진 보리아트 작가와 박진우 민족문제연구소 수원지역위원장은 제주 4.3을 화두로 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1일까지 2주간 경기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제주 4.3 항쟁 75주년 기획전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에선 역사에 갇힌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한 이들의 고민과 작업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제주 4.3 항쟁의 당시와 현재를 보리아트로 펼쳐 놨다. 예술보리아트 이수진 작가의 작품에 박진우 활동가의 7점을 더해 79개의 작품이 내걸렸다. 사진과 기록물 등을 더하면 100여점에 달한다. 2021년 같은 장소인 경기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제주 4.3 특별전 ‘봄이 왐수다’ 전시를 선보인지 꼬박 2년 만이다.
이번 전시가 가진 의미는 박 위원장의 ‘여전히’란 단어에 응축된 듯 했다. “올해는 제주 4.3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지 20주년을 맞이한 해이자 4.3 항쟁 75주년을 맞은 해입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여전히 묻힌 진실도, 현재도 논쟁이 많은 제주 4.3을 관람객이 작품만 보고도 이해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열었습니다.” 작품 옆에 작은 해설판을 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은은한 보리줄기가 작품으로 내걸린 전시는 국가가 숨기고 억눌러온 폭력과 야만의 역사를 고발한다. 당시 희생된 이들의 혼을 위로하고 여전히 우리가 살펴야 할 문제도 꼬집는다.
작품에 사용된 주재료는 모두 제주에서 공수했다. 특히 당시 사라진 사람들의 혼이 보리줄기에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며 제주에서 난 보리줄기를 사용했다. 흙과 귤, 동백꽃도 마찬가지. 이 작가가 4.3 관련 작품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아크릴에 유화를 주로 사용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천연 염색을 사용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전시엔 보리아트 뿐만 아니라 1950년 7월 미군이 촬영하고 작성한 보고서와 미군이 문서를 가지고 현장을 찾아나서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 등도 상영된다. 현재와 과거를 중첩시켜 진실을 밝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관련 사진을 디지털로 전환한 점은 제주 4.3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작가는 2018년 오사카 전시부터 올해까지 줄곧 4.3과 관련된 작품을 만들어왔다. 쉽지 않은 주제에 집중하며 1년에 20~30점씩 작업을 해 온 셈이다.
지난 5년을 “마치 감옥살이를 하는 것 같았다”고 표현한 그는 “아픈 역사이지만 편하고 쉽게 대중에게 다가가길 원했는데, 그렇다보니 이렇게 오랜 기간 작업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잠시 놓아도 될 그 ‘때’가 된 것 같다고도 밝혔다.
“제주 4.3의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밝히려는 박진우 위원장의 열정과 왠지 예술가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느낀 나름의 확신으로 작업을 해 온 것 같아요. 이제는 조금 후련하게 제주 4.3은 잠시 놔두고 저만의 작업을 해도 될 것 같아요. 다만 많은 분들이 제주 4.3을 작품으로 함께 느끼고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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