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2억4000만개 빅데이터·챗GPT 접목…`희귀난치성` 신약개발 다크호스

강민성 입력 2023. 6. 8. 18:22 수정 2023. 6. 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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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R&D효율성↑…신약개발 8년 단축
최적 환자군 불확실성 낮추고 비용은 절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PHI-101 임상
한혜정 파로스아이바이오 사장. 박동욱기자 fufus@
파로스아이바이오 직원들이 합성 및 바이오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모습. 박동욱기자 fufus@
파로스아이바이오 직원들이 합성 및 바이오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모습. 박동욱기자 fufus@

AI(인공지능) 신약개발이 제약산업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신약 개발은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으로 직행할 수 있지만 막대한 R&D(연구개발) 비용과 긴 투자 기간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다. 그 과정에서 AI는 R&D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AI를 활용하면 신약개발에 드는 기간을 15년에서 7년까지 줄일 수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AI를 이용하면 신약 후보물질 설계부터 유전체 등 생체정보 데이터를 활용한 전임상과 임상시험 설계, 최적의 환자군 도출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낮추고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신약개발 세계 시장은 2021년 4억1320만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6억980만달러로 매년 45.7%씩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오는 2027년 40억35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AI 신약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 제약사 중에서는 대웅제약이 AI 신약개발팀을 구성해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웅제약은 미국 AI 신약 연구개발 기업 크리스탈파이(XtalPi)와 공동으로 항암 신약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에이조스바이오와 손잡고 AI 기반 신약 플랫폼 'iSTAs'를 통해 항암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항암 분야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 벤처기업도 AI 신약 개발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AI 신약개발 기업 중 2019년 신테카바이오가 코스닥에 상장했다. 신테카바이오는 국내외 기업들과 협업하며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신테카바이오에 이어 올해 상장에 도전하는 AI 신약개발 기업은 '파로스아이바이오'다.

◇AI로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 도전

파로스아이바이오는 2016년 설립 후 치료제나 치료법이 없는 희귀 난치성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해 왔다.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케미버스(Chemiverse)'를 활용해 임상 1b상에 진입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PHI-101'이 가장 앞서 있다. 이를 포함해 전임상이나 후보물질 단계에 약 10개 물질을 확보하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혜정 사장 겸 CDO(최고개발책임자)는 케미버스 플랫폼에 대해 "약 2억4000만개 빅데이터와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탑재해 작용점 발굴 단계부터 후보물질 도출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급성골수백혈병 치료제 PHI-101의 임상을 진행하고 적응증을 확장했다"고 밝혔다.

케미버스에는 단백질-리간드 상호작용을 통한 활성예측·신약 모델링 기술이 적용됐다. 작용점 발굴부터 후보물질 도출까지 신약개발 단계에 활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리간드는 큰 생체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물질을 뜻하며 약물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한 사장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했다면 연구개발에 약 31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AI 플랫폼을 통해 6억원까지 낮췄다"고 말했다. 시간적으로도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1상까지 5~6년 걸리는데 2년 정도로 단축했다. 그는 "R&D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여줄 뿐 아니라 미충족 의학적 수요가 가장 높은 곳을 선별하는 데도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신약 개발 단계에 맞춰 AI 맞춤 활용

신약 후보물질 발굴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자체 보유한 모듈을 조합해서 각 단계에 맞춤형으로 활용한다. 자동화된 프레임워크 기술을 탑재해 대용량 데이터를 동시에 고속으로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구글의 딥마인드에서 사용하는 '알파폴드(Alpha Fold)'와 챗GPT의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을 도입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효율을 높였다.

한 사장은 "약물과 단백질 간의 상호관계, 약물과 약물 간의 상호작용, 특허성, 합성 용이성 등을 모듈 내에서 계산해서 최적의 약물을 디자인할 수 있다"면서 "새로운 타깃과 질병을 예측하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약물의 효능을 예측하는 모듈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한 사장은 "개발한 모듈은 고형암, 대장암, 흑색종, 삼중음성 유방암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서 "여러 전임상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할 결과 실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총 415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이 회사는 분자설계, 단백질 구조분석 전문가와 IT 전문가들이 모여 신약개발에 머리를 맞댄다. 파로스아이바이오를 이끄는 윤정혁 대표는 1994년부터 목암생명과학연구소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신약개발 연구를 한 전문가다. 한혜정 사장 겸 CDO는 일본 도쿄대 의대에서 분자의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암젠, 제넨텍,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바이오마커 기반 신약개발 경험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파로스아이바이오의 연구개발 전반을 이끌고 있다.

한 사장은 네이처, 네이처 제네틱스 등 유명 저널에 35편 이상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남기엽 CTO(최고기술책임자), 김규태 CBO(최고사업책임자), 채종철 CSO(최고과학책임자), 문성원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경험과 실력을 갖춘 임원들이 호흡을 맞춘다. 김규태 CBO는 녹십자 경영기획실과 신약 개발회사 앱클론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 호주법인 대표로서 글로벌 협업을 주도하고 있다.

한 사장은 파로스아이바이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AI 신약개발 회사 중 자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이 120곳 정도 되는데, 그중 실제 임상에 들어가 있는 회사는 20곳이다. 또 그중 8곳 정도가 항암 파이프라인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파로스아이바이오가 속해 있다"고 말했다.

◇파이프라인 확대와 조기 상용화에 초점

파오르아이바이오는 올해 중 임상 1상을 마무리하고 2상이 끝나는 대로 조기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과 산학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 충남대 신약전문대학원, 한남대 등과 혁신 신약 공동 연구를 하면서 기술역량을 기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2023 미국암연구학회'에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신상준 교수 랩과 협력해 진행한 'PHI-501' 중개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지난 3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통과해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혁신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3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도 참가했다.

한 사장은 "AI 플랫폼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글로벌 바이오테크이자 국내 최고 AI 신약개발 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어 "자체 AI 플랫폼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들과 신약개발에 손잡고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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