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m 언덕에 버스·화물차 즐비…학생 3600명 아찔한 등교길

이승욱 2023. 6. 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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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고, 인화여고, 선화여중 등 8개 중고등학교가 모여 있는 인천시 미추홀구 도화동 옛 선인학원 터의 통학 안전이 무단주차된 대형 차량들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

3600명이 넘는 학생이 석정로와 연결된 옛 선인학원 정문에서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로 이어지는 800m 길이의 도로를 따라 등하교하는데, 통학로 곳곳을 대형 전세버스와 화물차, 캠핑카들이 차지한 채 수시로 드나들고 있어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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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4시께 인천시 미추홀구 도화동 옛 선인학원 부지. 통학로 곳곳에 전세버스가 주차돼 있다. 이승욱 기자

선인고, 인화여고, 선화여중 등 8개 중고등학교가 모여 있는 인천시 미추홀구 도화동 옛 선인학원 터의 통학 안전이 무단주차된 대형 차량들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 3600명이 넘는 학생이 석정로와 연결된 옛 선인학원 정문에서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로 이어지는 800m 길이의 도로를 따라 등하교하는데, 통학로 곳곳을 대형 전세버스와 화물차, 캠핑카들이 차지한 채 수시로 드나들고 있어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탓이다.

6일 오후 찾아간 옛 선인학원 통학로에는 전세버스들이 빽빽하게 주차돼 있었고, 일부 버스기사들을 도로에서 버젓이 차량 도색 작업까지 하고 있었다. 통학로가 지나는 이곳은 과거 대표적인 비리 사학이었던 선인학원 부지다. 선인학원이 운영했던 8개 중고등학교는 1994년 선인학원의 부정입학, 횡령 등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시·공립화됐다. 8개 학교의 학생 수는 지난해 6월 기준 3626명에 이른다.

비리 사학이 물러났지만 도로를 비롯해 이곳의 통학 환경은 여전히 문제점투성이다. 대형 차량이 통학로 곳곳을 차지할 수 있는 이유는 법정 도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추홀구 자동차관리과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반 도로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도로는 행정기관이 관리하지 않는 비법정 도로라 그동안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옛 선인학원 전체 부지가 학교 용지로 묶여 있어 자치구의 행정적 손길이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최근 민원이 많이 발생해서 화물차의 경우 차고지가 아닌 곳에 주차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차례 단속을 했지만, 해당 통학로의 관리 주체는 교육청”이라고 말했다.

전세버스 기사도 이날 기자와 만나 “이곳은 법적으로 도로가 아니라서 주차를 해도 불법이 아니다. 운행이 있으면 보통 아침 7~8시에 차량을 운행한다”고 말했다. 버스 운행 시간이 학생 등교 시간대와 일부 겹친다는 이야기다. 이곳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는 박아무개(15)군은 “여기에 버스는 항상 주차돼 있다. 등교 시간에 큰 차들이 움직이면 겁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생 안전은 겨울철에 더 위협받는다. 눈이 와도 행정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에는 등교 시간대에 자동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통학로 난간을 들이받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당시 자동차를 운전했던 허윤경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이를 자동차로 등교시켰는데, 일반 도로는 제설 작업이 이뤄졌지만 선인학원 안에 있는 통학로는 그렇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언덕길에서 제동이 안 돼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을 통해 받은 인천경찰청 자료를 보면, 선인학원 부지 안에선 2020년부터 현재까지 1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도 2건이었다.

지역주민들은 학생들의 통학 안전을 위해선 이 도로를 도시계획도로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곳이 지역구인 허종식 의원은 “인천 시민의 힘으로 부패 사학을 몰아냈지만, 범죄 예방과 교통 환경에 대해선 그동안 무심했다”며 “선인학원 내 도로를 시교육청이 도시계획도로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교육청 쪽은 “정치권 등과 관련 간담회를 여는 등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 도시계획도로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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