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징수 철회'와 '사장직' 맞바꾸자는 김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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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KBS 사장이 대통령실이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철회하면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이 KBS에 원하는 건 수신료를 강제로 걷지 말라는 것"이라며 "(김 사장이 물러나는 것과) 분리 징수는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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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철회하면 사퇴하겠다"
대통령실 "사퇴와 분리징수는 별개
경영진 교체 관계없이 추진할 것"
국민 97%가 강제징수 반대
직원 절반 '억대 연봉'도 논란
김의철 KBS 사장이 대통령실이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철회하면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8일 밝혔다. 대통령실을 상대로 느닷없이 KBS 사장직과 분리 징수 철회를 맞바꾸는 ‘거래’를 하자고 나선 것이다. 분리 징수 논의를 촉발한 공영방송 신뢰 추락과 방만 경영 등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김 사장은 “전임 정권(2021년 12월)에서 임명된 제가 문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겠다”며 스스로를 현 정권의 정치적 희생양으로 표현했다.
○“분리 징수하면 수신료 수입 급감”
김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S 시청자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께서는 수신료 분리 징수를 즉각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관계부처에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KBS TV 수신료는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한국전력이 거두는 전기료와 함께 징수된다. 집에 TV가 있든 없든, KBS 채널을 보든 보지 않든 상관없다. TV가 없으면 없다는 걸 입증해야 수신료를 내지 않는다. 지난해 KBS가 이렇게 ‘반강제’ 식으로 거둬들인 수신료(월 2500원)는 전체 수입의 45%인 6936억원이다. 김 사장은 “분리 징수가 도입되면 수신료 수입이 1000억원대로 급감할 것”이라며 “이는 KBS에 부여된 다양한 공적 책무를 도저히 이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영방송의 의미와 역할에 깊은 성찰과 고민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이 KBS에 원하는 건 수신료를 강제로 걷지 말라는 것”이라며 “(김 사장이 물러나는 것과) 분리 징수는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진 교체와 관계없이 분리 징수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정성 훼손 반성 없이 반대만
김 사장이 분리 징수를 막겠다며 직을 걸고 공영방송의 의미와 역할을 거론했지만 그간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다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평가가 많다. 친야권 성향의 인사가 주요 시간대 방송을 진행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며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는 사실상 ‘준조세’ 형태로 수신료를 거둬들이는 데 대한 국민적 반발로 이어졌다. 대통령실이 ‘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을 주제로 국민 참여 토론에 부친 결과 약 97%가 찬성 의견을 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스마트폰 보급 확산 등으로 시청자들의 동영상 소비 환경이 급변한 것도 국민이 KBS 수신료 납부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다. 방만 경영도 문제다. 2021년 말 기준으로 KBS 직원 4629명 중 절반이 넘는 2374명(51.3%)이 억대 연봉자였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노골적인 ‘방송 길들이기’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항의 성명서를 전달했다. 조승래 과방위 민주당 간사는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겠다는 건 공영방송을 없애겠다는 의도이거나 입맛에 맞게 길들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재영/오형주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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