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쓰는 교실 어떨까?…“공부할 의욕 부여가 관건”

김민제 2023. 6. 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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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화면 위 '볼링게임'에 수학 책에 나올 법한 수식이 등장했다.

■ 인공지능 교과서 뭐길래? 교육부는 이날 이같은 인공지능형 학습 프로그램 시연과 함께 2025년부터 인공지능형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해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한겨레> 와의 통화에서 "에이아이 디지털교과서는 기본적으로 학생 스스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부할 의욕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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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의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 발표에 앞서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가 인공지능 활용 초등수학수업 지원시스템(AI 똑똑수학탐험대)을 시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9분의5와 9분의1을 더하면?’

커다란 화면 위 ‘볼링게임’에 수학 책에 나올 법한 수식이 등장했다. 정답인 9분의6을 클릭하자, 볼링공이 굴러가며 핀이 모두 쓰러진다. 게임같은 수학 문제를 푸는 학생에 대한 응원 이미지는 덤이다. 오답을 택하면 ‘틀렸다’는 표시와 함께 문제를 풀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 볼링게임이 끝나면 정답 수와 문제풀이 시간 등 학습한 내용을 분석한 화면이 뜬다.

8일 서울청사에서 ‘인공지능(AI·에이아이)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 발표 자리에서는 교육부가 인공지능 교과서 예시로 공개한 ‘똑똑수학탐험대’가 눈길을 끌었다. ‘똑똑수학탐험대’는 현재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초등학교에 제공하는 수학 지원 시스템으로 초·중·고교에 도입 예정된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의 ‘맛배기용’ 프로그램으로 활용됐다. 이 자리에선 교육방송(EBS)의 또다른 인공지능 활용 맞춤학습 지원 서비스 ‘단추’(DANCHOO)를 활용하는 모습도 볼수 있었다. 시연된 수업을 보면, 인공지능(에이아이)을 활용한 학습 플랫폼에 접속해 현재 수준을 확인하기 위한 퀴즈를 푼다. 인공지능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의 취약한 부분을 파악해 자동으로 개별화된 문제를 내고, 성향과 수준에 따른 동영상 강의도 추천한다. 학생이 문제 풀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인공지능 챗봇이 나타나 문제에 대한 해설을 제공한다.

■ 인공지능 교과서 뭐길래? 교육부는 이날 이같은 인공지능형 학습 프로그램 시연과 함께 2025년부터 인공지능형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해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계획을 보면, 에이아이 디지털교과서는 서책형 교과서를 디지털화한 것을 넘어 학생 수준을 분석한 뒤 이에 걸맞은 문제풀이와 자료를 자동으로 추천하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 수업 중 축적된 수업 참여도, 과제 수행률, 학습 패턴과 진도율 등 모든 데이터를 축적·분석해 교사와 학생에게 제공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이나 대화형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이 사용된다.

에이아이 디지털교과서는 오는 9월 개발이 시작돼 아직 실체가 없다. 다만 경남교육청의 태블릿피시 기반 학습 시스템 ‘아이톡톡’ 등에서 사례를 엿볼수 있다. 학생들은 아이톡톡에 접속해 과목별 교과서를 보거나 문제를 풀고, 동영상 강의를 보거나 교사와 질문과 답을 주고 받을 수도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준 진단과 맞춤형 자료 제공이 가능해 한 교실 안에서 ‘느린 학습자’와 ‘빠른 학습자’가 각각 수준별 수업을 할 수 있다. 교사에게는 학생의 학습 참여도와 과제 제출 빈도 등의 정보가 전송된다. 지식 전달에 대한 부담은 줄지만 토론·협력·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관리, 개별화된 학습을 제공하는 역할이 주어진다.

■ 기대반, 우려반 다만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수업 방식이 학습 격차를 오히려 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성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에이아이 디지털교과서는 기본적으로 학생 스스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부할 의욕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교사의 피드백, 학생의 자발성, 학부모의 협력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양한 개성의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교실의 특성을 더 정교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팀장은 “느린 학습자에게 보충학습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지능인’과 의욕이 없는 학생은 다르다. 이들을 가려내고 각자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듀테크 기업이 축적된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사적 이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이 부총리는 “기업들이 학습 데이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데, 공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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