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권도형, 체포 후 378억 인출…韓美서 평생 감옥 살 수도"
"권도형, 체포 후 378억 원 상당 가상화폐 인출"
"한미 양국서 형 집행 가능…40년 넘게 감옥 살 수도"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책임자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상태에서 거액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고 수사 담당자가 밝혔다.
또한 권 대표가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각각 다른 혐의로 처벌 받아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망했다.
테라·루나 사태 수사를 이끄는 서울남부지검 단성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은 8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권 대표가 지난 3월 붙잡힌 이후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 소유 가상화폐 지갑에서 약 378억 3천만 원(2900만 달러) 상당을 인출한 것을 파악하고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단 부장은 LFG에서 사라진 가상화폐에 대해 "권 대표나 그의 지시를 받은 누군가가 이를 꺼내 시그넘 은행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단 부장은 권 대표가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각각 다른 혐의로 처벌 받아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단 부장은 "한국에서 형이 집행된 뒤 미국에서 수형 생활을 할 수 있다"면서 "국내에서 금융 사기로 징역 40년 이상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권 대표에게 한국 금융증권 사기범죄 역사상 가장 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는 타국의 형사절차 진행을 위해 한국에서의 형 집행 절차를 중단하고 범죄인의 신병을 잠시 넘겨주는 '임시인도 제도' 때문이다.
한국이 먼저 몬테네그로에서 권 대표를 인도받아 재판과 유죄 확정까지 마무리 지으면, 형 집행 전 권 대표를 미국으로 임시 인도해 한국에서 처벌받지 않은 내용으로 수사와 재판을 마치게 한 뒤 다시 한국과 미국에서 차례로 형을 살게 한다는 시나리오다.
지난해 4월 한국을 떠난 권 대표는 도피 11개월째인 지난 3월 몬테네그로에서 출국하려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체포돼 현지에 구금 중이다. 현지 법원이 그의 보석을 허가했다가 검찰이 불복하는 일이 반복되며 아직 석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테라·루나 사태 관계자들을 수사해온 남부지검은 당시 법무부를 통해 몬테네그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하지만 미국도 동시에 신병 인계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권 대표의 신병 확보를 놓고 양국 당국이 경쟁을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앞서 지난 2월 미국 뉴욕 검찰은 권 대표를 증권 사기,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와 시세조작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단 부장은 "피의자가 구금된 기간 등에 따라 범죄인 인도 절차가 최대 9개월까지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한국에서 발생한 금융사기 또는 금융증권 사기 사건 중 최대 규모이기에 권 대표를 먼저 한국으로 인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범죄합수단은 지난해 9월 권 대표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추적해왔다.
검찰은 권 씨가 테라·루나의 폭락 가능성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계속 코인을 발행했다고 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인 UST는 자매 코인 루나와의 교환 등을 통해 달러화와 1대 1의 고정교환 비율을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테라가 1달러 밑으로 추락했고,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대량으로 찍어내 테라를 사들임으로써 가치를 부양하려 했다. 이는 결국 통화량 증가에 따른 가치 폭락과 대량 투매 사태로 이어졌다. 그 결과 테라폼랩스가 무너졌고 가상화폐 헤지펀드 스리애로우스캐피털(3AC), 코인 중개·대부업체 보이저 디지털, 거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 등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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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민소운 기자 soluck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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