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선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14명 중경상

에스컬레이터 일시 정지 후 뒤로 밀려
한달 전 안전점검서 '이상 없음'
길이 9ｍ로, 2009년 설치
지난해 승강기안전공단 점검서도 '이상 무'
수동 조작 정황 없고, 역주행 방지장치 작동 안해

8일 오전 8시 20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뒤쪽으로 역주행해 이용객 14명이 다쳤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 구급대원 등이 출동한 모습.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연합뉴스]

8일 오전 8시 20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뒤쪽으로 역주행해 이용객 14명이 다쳤다. 사고 현장에 구급대원 등이 출동한 모습.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연합뉴스]

8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에서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이용객 1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0분쯤 수내역 2번 출구에서 작동 중이던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뒤쪽으로 역주행했다. 이 사고로 이용객 3명이 허리와 다리 등에 상처를 입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다른 11명은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 역주행 사고로 다친 남모(17·고교 2) 양은 "중간에 있다 앞으로 넘어졌다"며 "굴러떨어진 건 아니고 버스에서 (급정차 시) 넘어지듯이 그렇게 넘어졌다"고 말했다.분당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나온 남양은 "(사고 직후) 넘어져 깔린 사람이 많았는데 너무 끔찍했다"고 밝힌 뒤, "앞으로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 조심하거나 계단을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는 지상으로 이동하는 이용객들을 태우고 정상 작동하던 중 갑자기 일시 정지하더니, 수 초 뒤 뒤쪽으로 밀려 내려간 것으로 파악됐다.경찰은 현장에서 누군가 에스컬레이터의 수동 조작 장치 등을 작동시켰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분당선 수내역의 운영 주체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나, 에스컬레이터의 운영과 관리는 별도의 위탁 업체에서 맡고 있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수내역 내 에스컬레이터를 위탁 관리하는 A 업체는 지난달 10일 해당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정기 점검을 실시, '이상 없음' 판정을 내렸다. 이 업체는 매달 한 차례 수내역 내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안전 점검을 진행하며, 이번 달에도 10일쯤 점검이 예정돼 있었다. 해당 에스컬레이터는 앞서 지난해 9월 30일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해마다 실시하는 안전 점검에서도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날 역주행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앞서 실시한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경찰 조사에서 해당 에스컬레이터를 수동 조작된 정황이 없고, 역주행 방지 장치 등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기계적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승강기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 등 승강기는 설치 후 15년이 지나 노후화하면 3년마다 정밀안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는 2009년에 설치돼 올해가 사용 14년 차가 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최근 점검에서는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이전 공단 점검에서도 특별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정밀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