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 필로폰 검출 인천 1위 '불명예'

투약자 소변 등 하수관 타고 유입
전국 34곳 모두 검출… 경기도 2위
식약처 “수사기관정보공유할 것”

하수처리장 역학 연구조사 과정. 식약처 제공

 

하수처리장마다 필로폰이나 코카인, 엑스터시 등이 검출되는 가운데 인천 지역 하수처리장의 사용추정량이 가장 높았고 경기도가 뒤를 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전국 17개 시·도 34개 하수처리장을 선정해 '하수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행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하수 역학은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고, 하수 채집지역 인구수 등을 고려해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하는 조사기법이다. 

하수 채집을 통해 확인된 마약류는 필로폰(메트암페타민), 엑스터시(MDMA), 코카인, 메타돈 등 7종이다. 

국내 불법 유통이 가장 많은 필로폰은 3년 연속 조사 대상인 34개 하수처리장 모두에서 검출됐다. 필로폰은 강한 중추신경 흥분제로 투여 시 쾌감·행복감을 주지만 불면과 공격성, 환각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지난해의 필로폰의 1천명당 일일 평균 사용추정량은 21.8㎎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사용추정량은 인천이 50.82㎎으로 가장 높았으며 경기지역이 31.52㎎으로 두 번째였다. 이어 경남(30.47㎎), 부산(27.5㎎)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하수처리장별 사용추정량은 시흥시에 위치한 시화공공하수처리시설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시화처리장의 필로폰 검출은 2020년 173.04㎎, 2021년 118.54㎎ 2022년 136.50㎎으로 평균 사용추정량은 142.7㎎이었다. 전체 평균 사용추정량의 6.5배가 넘는 셈이다. 

인천 남항공공하수처리시설은 2020년 84.54㎎, 2021년 62.15㎎, 2022년 66.64㎎으로 평균 71.11㎎으로 집계돼 조사 대상 하수처리장 중 두 번째로 높은 추정량을 보였다. 이어 가좌하수처리장 44.84㎎, 승기하수처리장 36.50㎎으로 나왔다.

경기·인천지역에서 두 번째로 많이 검출된 마약류는 '엑스터시'였다.  환각제인 엑스터시는 혼수나 자아통제 불능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엑스터시 사용추정량은 경기도가 3.62㎎으로 전국에 두 번째였고 인천은 2.02㎎으로 여섯 번째로 높았다. 2020~2022년까지 경기의 엑스터시 사용추정량은 각각 2.44㎎, 2.36㎎, 6.06㎎이었으며 인천은 1.74㎎, 1.70㎎, 2.61㎎으로 지난해에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필로폰과 유사한 마약류인 암페타민은 경기가 0.7㎎, 인천이 0.4㎎으로 지역 평균 사용추정량인 4.22㎎을 밑돌았다.

사용추정량은 항만과 대도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항만 지역의 마약 검출량이 높은 것은 무역으로 들어온 해외 유입자 중에 있는 마약류 사용자가 화장실 등 수도시설을 사용하거나 밀수입 과정에서 마약을 버리는 경우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항만 지역 필로폰 사용추정량은 31.63㎎으로 그 외 지역(18.26㎎)보다 높았다.

식약처는 강우량의 변동, 하수로 폐기된 마약류의 양, 허가된 의약품 중 몸에 흡수돼 밖으로 배출되는 대사물질 등도 함께 포함될 수 있어 사용추정량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불법 마약을 사용한 이들의 소변 등이 하수관을 타고 하수처리장으로 모이기 때문에 하수 역학 조사기법은 실제로 사용되는 마약류의 종류 등을 파악할 수 있어 현재 호주와 유럽연합 등에서도 활용하고 있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국제기관과 적극 공유할 방침이다. 앞으로도 매년 조사를 실시해 수사기관과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김건주 기자 gun@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