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칩스법' 이어 R&D 드라이브 … 민관 반도체기술센터 세운다
정부가 기업과 손잡고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선언했다.
지능형 반도체(PIM)·전력반도체 등 유망기술 선점을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에 나선다. 또한 신기술 '테스트베드'인 첨단반도체기술센터(ASTC) 구축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대만 등이 일제히 뛰어들면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반도체 전쟁'에서 정부의 전폭적 지원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를 열고 "반도체 경쟁은 산업 전쟁"이라며 '국가 총력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스마트폰·자동차뿐 아니라 인공위성과 전략무기체계는 탑재된 반도체의 성능에 좌우된다"며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바이오 같은 첨단기술을 구동하고 구현하는 것은 모두 반도체"라고 말했다. 이어 "군사 분야에 AI가 접목되면서 반도체는 안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특히 "반도체는 국가 수출의 20%, 제조업 설비투자의 55%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대표 산업이나 지금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쟁 중"이라며 "민관이 '원팀'으로 머리를 맞대고 도전 과제를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미·중 패권 경쟁과 경쟁국의 거센 추격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K칩스법'을 통과시켜 기업 투자 인센티브가 확대되고 반도체 관련 대학의 규제도 많이 완화됐다"며 "민간도 용인에 조성되는 30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같은 과감한 투자로 호응했다"고 전했다. K칩스법은 국내 반도체 시설투자 등에 추가 세제 지원을 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뜻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10일 2차전지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전략회의의 추진을 지시한 뒤 같은 달 20일 2차전지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회의에서 국가 반도체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PIM R&D를 2028년까지 총 4000억원 규모로 실시하고, 2020년부터 진행한 차세대 PIM 사업은 2029년까지 총 1조96억원 규모로 실행키로 했다. 전력반도체·차량용 반도체 등의 기술 확보를 목표로 1조40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가치사슬을 시스템 반도체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간 협력 강화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팹리스 투자 활성화를 위한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전용 펀드도 출범된다. 한국형 IMEC인 ASTC 구축도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민관 합동으로 추진한다. IMEC는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다.
ASTC는 설립 이후 국제 협력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현재 양국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측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와 한국 측 ASTC 간 협력 방안을 설립 단계부터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향후 10년간 총 2230억원을 투자해 수요 맞춤형 인력 양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투자세액공제율을 기존 8%에서 15%로 상향하고 반도체 생산시설 용적률 완화 특례 도입에 이어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한 정책금융도 대폭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5000억원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총 2조8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각 부처 장관들을 향해 "장애가 되는 모든 규제를 없애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는 이 자리에 금융위원장을 초청한 점을 강조하며 "첨단 디지털 기업이 상장을 빨리 할 수 있도록 하고 자금이 잘 돌 수 있도록 금융지원 제도를 설계해달라"고 당부했다.
[송광섭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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