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M] "빅테크 고평가 … AI 접목 제조업에 주목"
PEF들 테크투자 너무 늘려
최근엔 거품 빠지는 모양새
아태지역은 여전히 매력적
헬스케어·서비스업 유망
부동산은 상업용보다 거주용
경기영향 덜 받는 곳 노릴 때
"인공지능(AI)과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전통 산업이 향후 글로벌 투자 시장의 주류가 될 것입니다."
제이슨 토머스 칼라일 글로벌 투자전략 대표는 8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제조업과 헬스케어, 서비스 같은 전통 산업들은 테크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가치(밸류에이션)로 투자할 수 있는 데다 인공지능(AI)과 새로운 디지털 기술 혁신에 힘입어 기존 기술(테크) 기업들 못지않은 이익 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어 선호되는 분야"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의 글로벌 리서치 부문과 투자전략 대표를 맡고 있는 토머스 대표는 3810억달러(약 500조원)에 달하는 자산의 그룹 차원 운용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책임자다. 칼라일에 합류하기 전에는 미국 상원 공화당 정책위원회에서 경제정책분석관을 지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에서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한 금융 위험관리 전문가다.
토머스 대표는 최근 아시아 지역 기관투자자들과의 미팅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기업가치, 그리고 높은 성장성을 그 이유로 꼽았다. 토머스 대표는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아시아 지역 헬스케어 산업과 재생에너지 분야 관련 밸류체인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 테크 기업들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며 시장에서 조정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토머스 대표는 "사모투자(PE) 업계에서 테크 관련 기업 투자 비중을 10년 전 대비 3배 가까이 늘리며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지만 최근의 고금리 환경으로 거품이 빠지는 모양새"라고 언급했다. 이어 "테크 기업 자체보다 AI를 비롯한 혁신 기술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산업으로 투자자들 관심이 이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대표는 최근 고금리 환경에도 인수·합병(M&A)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높이 차이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각자는 아직 대출 만기까지 여유가 있어 낮은 가격에 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려 한다"며 "당분간 많은 기업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를 지불하고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사모대출펀드 등을 통해 외부 자금을 유치하려는 성향이 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머스 대표는 "기관투자자로선 우량 회사에 대출해주는 전략으로 펀드 위험을 낮추는 한편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투자는 경기 변화에 민감한 상업용 오피스 대신 거주용 부동산을 비롯해 인구통계, 기술혁신 등 구조적인 요인으로 수익 창출이 뒷받침되는 자산군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설명했다.
토머스 대표는 올해 초 불거진 미국 지방은행 부실 사태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대형은행 파산 4건 중 3건이 올해 일어난 점은 가볍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가 500bp 가까이 오르면서 은행들이 보유한 장기 국채의 공정 가치가 크게 훼손됐고,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담보 가치가 떨어져 담보대출채권을 보유한 기관들 상황이 추후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하기보다는 1980년대 저축은행 수백 곳이 파산했던 저축대부조합(S&L) 사태와 현 상황을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면서 "당시 미국 경제가 연평균 3%씩 성장했던 것에 비춰 보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심각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칼라일은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본사를 두고 있다. 미국 정계 곳곳에 퍼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정책과 거시경제 환경 분석을 통한 투자 전략 수립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비롯해 현재 미국 공화당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글렌 영킨 버니지아주지사도 모두 칼라일 파트너 출신이다.
칼라일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싱가포르에서 주최한 국내 금융사 공동 기업설명회(IR) 행사를 비롯해 최근 진행된 한국은행 국제 콘퍼런스 등 각종 한국 정부 기관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등 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강두순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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