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들인 남산예장공원 … 방문객 40명뿐
주말에만 외국인 발길 북적
곤돌라 설치 계획 놓고
15년 우여곡절 끝에 재추진
2025년 승강장 만들어지면
즐길거리 늘어 관광 증가 기대
다시 활기를 찾은 서울 관광을 증명하듯 외국인 관광객들이 붐비는 명동역 세종호텔 인근, 지하철 명동역 10번 출구에서 길을 건너자 관광 회복세가 무색하게 썰렁한 모습이 연출됐다. 서울광장의 2배 면적에 달하는 약 7000평짜리 녹지정원, 560억원을 투입해 2021년 개장한 남산예장공원이다.
주말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금요일 오후 4시께 방문한 예장공원을 거니는 사람은 4명 남짓이었다. 외국인은 없었고 잠시 몸을 풀러 나온 택시기사 1 명과 운동복 차림의 50대 부부 한 쌍, 스트레칭 중인 50대 여성 1명뿐이었다. 서울 중구 남산동 인근에 거주한다는 50대 여성 A씨는 "평일 이 시간대에 사람이 많은 경우가 거의 없어 항상 산책을 나온다"고 말했다. 예장공원 지하 1층 3개 공간 중 유일하게 공실이 아닌 '이회영기념관'에서 '나는 이은숙이다'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전시관 내부에는 관람객뿐 아니라 안내요원도 없어 다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일평균 방문객 40명 내외, 버스환승주차장 일평균 이용 대수가 15대 미만에 불과한 예장공원 버스주차장 자리가 2025년 말 가동될 예정인 '남산 곤돌라' 승강장으로 탈바꿈한다. 1시간당 1600~2000명을 수송할 수 있는 곤돌라가 들어서 명동역 1번 출구 인근 예장공원에서 남산타워까지 관광객을 실어 나르게 된다.
예장공원의 설계와 건립은 곤돌라 건립 구상과 항상 함께였다. 민간 기업이 1962년부터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지만, 명동역 4번 출구에서 나와 600m가량의 오르막길을 올라야 승강장에 닿을 수 있다는 점, 케이블카 시설이 노후화했다는 점, 수송 인원이 적다는 점 때문에 새로운 곤돌라 설치 운영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2008년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당시 '남산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남산 곤돌라 설치가 추진된 것도 이 때문이다. 명동역 1번 출구와 가까운 현재 예장공원 일대에 곤돌라 승강장을 설치하자는 안이었다. 1시간당 수송 인원이 최대 2000명에 달하는 데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명동역과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해당 용지에 위치한 서울시 공공청사 4동을 철거해야 한다는 문제점에 봉착해 최종 무산됐다.
2016년에는 문제가 됐던 공공청사 4동을 철거하고 예장공원을 조성하는 동시에 곤돌라 승강장을 설치한다는 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다시 한번 남산 곤돌라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번에는 남산과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하지만 곤돌라와의 연계 효과를 위해 함께 추진됐던 예장공원 조성 사업은 그대로 추진됐고, 2021년 곤돌라 승강장이 없는 상태로 공원이 개장했다. 당초 계획했던 승강장 설치계획이 빠진 채 완공된 예장공원의 활용도는 극히 낮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버스 주차 기준 39면에 달하는 버스환승주차장의 일평균 이용 대수는 15대 미만, 예장공원에 있는 전시 공간을 찾는 사람은 하루 40명 남짓이다. 부대시설 입주가 가능한 3개 공간이 위치하지만 이 중 2곳은 사실상 공실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곤돌라 승강장 설치가 몇 차례 무산되면서 남산 정상으로의 수송 가능 인원은 늘어나지 않은 반면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남산을 찾는 방문객이 증가해 수송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가 2021년 8월 남산 정상부로의 관광버스 진입을 전면 통제하면서 남산01번 순환버스 등 2개 노선만 남산 정상을 향하게 됐는데, 버스를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7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5년 말 곤돌라를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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