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미래의 고객
지난달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초등학교 학생들과 전통시장을 찾았다. 이들과 함께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온누리상품권으로 장도 보고 재미있는 미션도 수행했다. 행사를 마치고 한 학생은 시장에 이렇게 살 게 많은지 몰랐다며 앞으로 부모님, 친구들과 함께 자주 오겠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총 1408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줄어들다가 2021년에서야 소폭 상승했다. 예전에는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 시장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O2O 플랫폼 등 다양한 유통매체가 있다 보니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전통시장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전통시장의 소멸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이곳은 서민경제의 근간이자 뿌리이고, 우리의 전통문화가 이어져오고 있는 곳이다. 시장과 주변 상권이 활성화돼야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 '전통시장 어린이 장보기 체험행사'로, 올해 1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 활성화의 기본은 고객이다. 고객이 늘어나면 매출이 늘고 경기가 살아난다. 결국 고객이 많이 방문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여기서 착안한 정책이 어린이가 전통시장에서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 전통시장이라는 공간이 즐겁고 재미난 체험으로 가득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미래의 단골 고객이 될 수 있다.
장보기 행사로 자신이 직접 무엇을 살지 계획하고 그에 따라 돈을 지불해 물건을 구입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경제교육이 이뤄진다. 물건을 구입하면서 상인들과 흥정을 해보거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인성교육도 함께 할 수 있다. 그림 그리기, 글짓기 대회, 장기자랑 등을 통해 자기의 재능과 솜씨를 뽐낼 수도 있고, 행사에 참여한 다른 어린이와 새로운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대형마트에는 물건만 있지만 전통시장에는 물건과 '사람 사는 모습'이 있다.
어린이가 시장에 방문하면 필연적으로 어머니나 가족이 함께 찾는다. 한 명만 방문할 것이 두세 명으로 늘어난다. 아이를 따라온 어머니도 전통시장에 저렴하고 질 좋은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될 것이고, 시장도 집 문 앞까지 배송해준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상인 입장에서도 아이들이 찾아오면 시장에 활기가 넘친단다. 물건을 설명해주면서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하고 싶은지 이야기하다 보면 힘든 일도 잊을 수 있다고 한다.
매경춘추 독자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릴 때의 작은 경험이 앞으로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어린이 체험행사가 우리나라 전통시장에 활기와 활력을 되찾아줄 수 있도록 올 한 해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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