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여대생 200명에게 한복 전파한 디자이너
2015년부터 도쿄문화원서
대학생 상대 한복 체험행사
전통예절 강습까지 세트로
"복식 통한 한국이해 기회"
"기모노와 달리 한복은 예쁘면서도 입기 간단했고 착용감도 좋았어요. 이번 한복 체험을 통해 한국 문화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만족해요."(가노 리사·요코하마국립대 4학년)
지난 2일 도쿄도 신주쿠구에 있는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복 체험 행사에 참여한 일본인 대학생은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이 행사에서 일본인 대학생, 재일 한국인 대학생들은 한국 전통 복식 관련 강의를 듣고, 한복을 입어 보는 체험을 했다. 또 큰절하기 등 한국의 전통 예절을 배웠다. 호테이 도시히로 와세다대 명예교수의 한일 문화 교류의 역사 강의도 진행됐다. 이날 행사엔 요코하마국립대, 도쿄외국어대, 페리스여학원대 등에 다니는 34명의 일본인 대학생과 2명의 재일 한국인 대학생이 참여했다.
2015년 11월 20일 시작돼 8년이 된 이 행사를 주도해온 사람은 이향순 한복보급협회 대표(53)다. 코로나19 기간(2020·2021년)을 제외하고 올해 7번째를 맞는 이 행사를 통해 이 대표가 지금까지 한복을 전파한 일본인 대학생은 200명이 넘는다. 이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전화 통화에서 "양국의 미래를 책임질 한일 학생들에게 한복의 아름다움과 예절을 가르치고 있다"며 "한일 관계가 어려울수록 민간 문화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행사 개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대학생 한복 체험 행사는 일본 고등학생으로 확대됐다. 이 대표는 2013년부터 도쿄도 신주쿠구에서 10년째 추억이란 뜻을 가진 한복 상점 '오모이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 상점에서 2019년부터 해마다 한 번 일본 고교생들에게 한복 입기와 예절을 가르친 후 그들과 함께 한복을 입고 태극기를 든 채 신오쿠보 거리를 행진한다. 그는 "행인들은 행진하는 이들이 일본 여고생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며 "일본 학생들은 마치 자신이 한국인이 된 것 같다고들 말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한국과 일본 양국을 넘나들며 의류를 공부한 이력을 갖고 있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그는 고교를 졸업한 후 서울의 라사라저고리전문학교·선미한복학원을 다니며 처음 한국 전통 의상에 눈을 떴다. 강남 한복전문점에서 1년간 근무하다 일본으로 건너가 1994년 명문 디자인학교인 도쿄모드학원에 입학해 4년간 디자인을 더 공부했다. 1998년 졸업 후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다야마 아쓰로 사무소에서 5년간 캐주얼 브랜드 기획 일도 했다. 2015년부터는 사단법인 한복보급협회를 만들고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양국에서 일하며 한복을 입어 본 일본인이 다시 입어 보거나 구입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많은 일본인이 성인식, 졸업식 등 기념일에 한복을 빌리고 싶어 한다는 것도 감지했다. 이 대표가 고객에게 한복을 대여해서 입혀주면 사진을 배운 남편이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다. 그는 "4차 한류 열풍이 불면서 일본 젊은 학생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며 "최근 한류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역사를 배우려고 하는 식으로 더 깊어진 게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한복 외교관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고 한다. 그는 "일본 고교생과 대학생들에겐 한국을 좀 더 깊게 이해할 기회를 제공해온 것 같다"며 "재일동포들은 오랜만에 입어 본 한복에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확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나는 한복 요리사'라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책을 탈고 중이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다른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사람에 맞춰 요리하듯 한복을 제작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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