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李 일대일 회동 '진실공방전'…줄다리기 싸움에 물거품 우려
金, 비공개 협상 요구 "TV토론으로 논쟁만 하자고 우겨"
李, "형식·절차 없이 공개"…대통령실 파상 공세 예고
이달 쟁점 법안·현안 갈등에 대치 전선 더 강해질듯
[이데일리 김기덕 이유림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첫 추진하는 일대일 회동을 둘러싸고 치열한 기싸움을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양당이 경색된 국회 상황을 풀겠다는 것이 목적이지만, 물밑으로는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라 접점을 찾지 못하고 회동 자체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형식 없이 공개 토론만” vs “협상 아닌 싸움만 할거냐”
이후 양당 실무협의체가 토론 방식을 놓고 협의를 잔행했지만 실무적인 문제로 지연되자, 이 대표는 지난 7일 “당장 오늘이라도 국정과 정치 현안, 민생에 대해 공개 토론을 하자. 국회 로텐더홀에 의자와 책상 하나만 놓고 만인이 보는데서 진행하자”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꾸 대화는 하지 않고 논쟁만 하자고 해서 답답하다”며 “막힌 정국을 풀자는 건데 TV토론을 통해 각자 주장만 하며 더 세게 붙자고 한다. 협상이 아니라 싸우자는 거냐”며 일갈했다.
여야의 속내는 다르다.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을 둘러싸고 야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패싱(본회의 직회부), 대통령 재의요구권 등 악순환을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비공개 회의를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야당에 악재로 작용한 김남국 코인 사태, 돈봉투 의혹 등 각종 현안을 먼저 논의,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것이 의중이다.
이에 반해 야당은 국면 전환을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노조 탄압, 양곡관리법·간호법 폐기 등 여당 뿐만 아니라 대정부에 대한 총공세에 나설 방침이다. 양당 간 사전에 비공개 물밑 협상 없이 곧장 공개 TV토론을 할 경우 야당은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는 반면 여당은 이를 방어하는 입장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시간차를 두고 사전 조율이나 의제를 설정하지 않고 공개 토론을 하면 협상이 아닌 토론이나 논쟁으로 격화돼 또다시 국민들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다”며 “실무 라인에서 접촉 중이지만 양쪽의 입장 차가 워낙 커서 조율이 되지 않고 (회담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 유불리로 무기한 연기…6월 국회도 대치 전선
앞으로 국회 상황도 녹록지 않다. 6월 임시국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에 대한 청문회 등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여야 대치가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날 선관위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및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국회 청문회 개최에 합의했다.
여야는 오는 12일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13일 경제 분야, 14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을 한다. 여기에 첫 본회의가 열리는 12일에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함께 이뤄진다. 19일에는 이재명 대표, 20일에는 김기현 대표가 각각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다.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오는 21일로 우선 합의했다.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직회부 된 방송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 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도 대치가 불가피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강행을 막고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서와 효력정지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필사적 저지에 나선 상태다.
김기현·이재명 대표 간 회동이 협치 정국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한때 조성되기도 했으나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면서 앞으로도 협치 정국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양측 모두 회동하자는 말만 던질 뿐 진정성은 보이지 않는다”며 “김기현 대표는 용산과 조율이 필요하고, 이재명 대표는 당내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선뜻 만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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