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24시간 뒤 댓글창 폭파’·네이버 ‘악플러 노출’···총선 의식했나
국내 양대 포털 사이트인 다음과 네이버가 일제히 뉴스 댓글 서비스 개편에 나섰다. 양사는 악성 댓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사전 조치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적잖다.
카카오의 포털사이트 다음은 8일 뉴스 댓글을 실시간 채팅 방식인 ‘타임톡’으로 전격 변경했다. 이에 따라 누리꾼들은 기사를 놓고 대화하듯 댓글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이전까지 추천·찬반순 정렬처럼 일부 댓글을 먼저 보여주는 형태에서 벗어나,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다양한 의견을 교류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타임톡의 특징은 기사 출고 후 24시간 동안만 댓글을 달 수 있는 사실이다. 24시간이 지나면 댓글창 자체가 사라진다. 댓글을 작성하거나 다른 사람의 댓글을 확인할 수가 없다. 기사가 나온 후 이용자들이 활발히 읽는 시간을 고려한 조치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달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로 분리하면서 “소수 이용자의 댓글이 과대 대표되거나 부적절한 댓글이 사라지지 않는 역기능을 줄이기 위해 댓글 서비스를 실시간 소통방식으로 개편하겠다”고 예고했다. 기존 댓글 서비스에서 작성한 댓글은 서비스 화면에서는 확인할 수 없고, 카카오는 별도의 저장을 지원키로 했다. 타임톡 적용 전에 작성했던 댓글을 저장하고 싶으면 9월5일까지 이메일로 신청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다음의 댓글 서비스 작성 가능 시간이 24시간으로 제한되고, 기록조차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뉴스 댓글 서비스를 접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24시간 내 댓글 삭제는 가장 손쉬운 규제로, 댓글을 통해 건강한 논의를 하려는 선의의 사람들에게 페널티를 주는 잘못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이 각종 논란에 시달리는 뉴스 서비스 자체를 줄이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오히려 “트위터 등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악플을 통한 가짜뉴스가 통제받지 않고 확산하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이버도 이날부터 뉴스 댓글 이용이 제한된 사용자의 아이디 일부와 닉네임, 이용 제한 상태를 프로필에 노출했다. 이를 통해 댓글이 제한된 사용자가 지금까지 작성한 댓글을 다른 사람이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본인만 알 수 있던 ‘이용 정지 상태’를 다른 사람도 알 수 있게 해 속칭 ‘악플러’에 공개 낙인을 찍은 셈이다.
네이버는 이용 제한 상태를 풀려면 퀴즈를 푸는 등의 악플 근절 정책도 추가했다. 예컨대 기존에는 이용 제한 조치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해제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이버 모욕은 인터넷 권리 침해의 유형에 해당하는가?” 등 퀴즈를 풀어야만 댓글을 다시 달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양대 포털의 이런 행보가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등에서 제기되는 의혹의 시선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등에서는 양대 포털이 총선을 앞두고 ‘실시간 검색어 부활’ 등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 제고 등을 시도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양대 포털이 총선을 앞두고 여론 조작과 선동의 놀이터를 양산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맞춰 국민의힘은 최근 포털 뉴스를 언론으로 규정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선거를 앞두고 과거 정치적 논란에 휘말렸던 댓글창에서 특정 세력 등의 여론 조작 시도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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