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우리가 해결할게” ‘올드보이들’ 총선 기지개에 여야 ‘떨떠름’

구민주 기자 2023. 6. 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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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최경환‧이정현 野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출마설 솔솔
정치 위기‧초선 실패 영향…‘세대교체 역행’ 우려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내년 총선 출마 채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전 국정원장(왼쪽)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권력의 정점에서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여야 '올드보이' 정치인들이 내년 총선에 앞서 속속 귀환 채비에 나서고 있다. 주로 현역 시절 자신들의 텃밭이었던 영‧호남 지역구에서 출마를 준비하며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극심한 정치 위기를 경륜으로 해소하겠다는 게 이들의 복귀 명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각 당 안팎에선 이들이 당의 '세대교체'와 '쇄신' 이미지만 퇴색시킬 것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장 명확하게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다. 박 전 원장은 지난 5일 KBC 광주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저를 총선에 나가게끔 하고 있다. 저를 계속 검찰에서 조사를 하고 경찰에서 압수수색도 하니까 현실정치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원장은 3선을 지낸 전라남도 목포 또는 고향인 전남 해남·완도·진도 중 출마지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목포에 다시 출마할 경우 초선 현역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리턴매치'가 벌어진다. 박 전 원장의 출마 소식에 그와 앙숙 관계인 손혜원 전 의원까지 맞불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만일 박 전 원장이 자신의 고향 '진도'가 있는 해남·완도·진도 선거구로 눈을 돌릴 경우, 역시나 초선인 윤재갑 민주당 의원과 맞붙게 된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천정배 전 의원 역시 박 전 원장과 함께 '박‧정‧천'으로 묶이며 활발한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다. 4선을 지낸 후 대선후보에까지 올랐던 정 전 장관은 지난 총선당시 전북 전주병에서 민생당 후보로 출마한 김성주 의원에 밀려 낙마했다. 정 전 장관은 이번에도 전주병에 나서 지역구 탈환에 노릴 것으로 전해진다.

천 전 의원의 행보는 조금 더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려 6선을 쌓고 법무부 장관까지 역임했던 중진 중 중진 천 의원 또한 지난 총선 낙마에 대한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현재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을 출마를 사실상 확정 짓고 이미 사무실까지 연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당에선 호남에서의 화려한 복귀를 꿈꾸는 박‧정‧천 외에 이종걸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기 안양 만안구에서만 내리 5선을 지냈던 이 전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초선 강득구 의원에 밀려 지역을 내어준 바 있다. 여기에 21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 역시 '의장 후 총선 불출마' 관례를 뒤집고 지역구인 대전 서갑에 도전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한동안 잊혔던 올드보이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친박 좌장으로 막강한 실권을 행사했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꼽힌다. 2018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3월 문재인 정부 마지막 특사에 이름을 올려 사면‧복권된 그는 오랜 지역구였던 경상북도 경산에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면 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최 전 부총리는 지난달 25일 여의도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총선 출마에 대한 그의 일성이 나오진 않았지만 이미 경산 지역 일대에선 그의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당 대표까지 지낸 3선 출신 이정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기획위원장도 출마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이 위원장은 지난 4일 KBS 순천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총선에서 100% 호남 출마하겠다"고 공헌했다. 두 차례 당선에 성공한 전남 순천 혹은 광양, 광주 등을 후보지로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논란을 빚은 초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민심과 멀어진 '초선'보다 '노장'이 낫다?

올드보이들의 움직임이 이처럼 활발한 이유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적 실망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이를 수습하고 당 구성원들을 통솔할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양당 초선 국회의원들이 신선한 의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이들의 복귀에 힘을 더욱 실어주고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초선 의원 다수가 '친윤석열' 성향을 보이면서 '충성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존재감이 없거나 강경파인 '처럼회'에 속하면서 민심과 괴리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 태영호‧민주당 김남국 사태 등을 거치며 초선의 이미지는 더욱 악화됐다.

그러나 당내에선 올드보이들의 복귀 움직임에 떨떠름한 기색이 역력하다. 가장 큰 이유는 양당이 총선에서 어필해야 하는 '세대교체' '개혁과 쇄신' 이미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만큼, 내년 총선은 새로움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클 것이라고 각 당은 예상하고 있다. 당장 지난 대선에서 '0선'의 윤석열-이재명 후보가 맞붙은 것도 이러한 여론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올드보이들의 대거 도전은 변화를 보여주려는 당의 노력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5일 YTN 라디오에서 올드보이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다시 80년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있다"며 "지금 본인들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꼭 선거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경험과 경륜이 있으시기에 지혜로운 선택을 하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긋기도 했다.

올드보이들이 출마하려는 지역구가 여야의 안정적 텃밭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시선은 더욱 곱지 않다. 정치적 경륜과 실력을 다시 인정받고자 한다면 좀 더 격전지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의 한 원외 인사는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소위 '안전빵 지역구'를 택해 후배 정치인과 경쟁을 벌이는 이들의 모습이 과연 유권자들, 특히 2030세대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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