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리그는 어떻게 유럽 슈퍼스타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나

박효재 기자 2023. 6. 8. 17: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림 벤제마가 6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이티하드와 계약한 뒤 유니폼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오넬 메시(36)는 인터 마이애미(미국)를 택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는 여전히 유럽 리그에서 뛰는 슈퍼스타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38)에 이어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서 뛰었던 발롱도르 수상자 카림 벤제마(알이티하드·35)도 사우디 무대에 뛰어들었다. 첼시(잉글랜드)의 은골로 캉테(32), 바르셀로나(스페인)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세르히오 부스케츠(35), 조르디 알바(34)도 조만간 사우디 리그로 갈 것이란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사우디 리그는 어떻게 이적 시장의 큰손이 될 수 있었을까. 최근의 스타 영입은 구단 차원의 이례적인 빅딜이 아니라 국가가 지원하는 기간사업의 성격이 강하다.

앞서 컨소시엄을 꾸려 2021년 뉴캐슬(잉글랜드)을 인수했던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지난 5일 호날두가 뛰는 알나스르 등 자국 리그 대형 클럽 4팀의 지분 75%를 사들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으로 PIF가 직접 나서 호날두 같은 스타 선수를 영입해 리그의 수준을 높이고, 축구 시장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사우디는 그리스, 이집트와 함께 2030년 월드컵 개최를 노리고 있다.

사우디의 자금력이라면 자국 리그를 세계 10대 리그로 키우겠다는 계획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 체육부는 민간 부문 투자까지 유치해 사우디 리그의 가치를 현재의 3배 정도인 80억사우디리얄(약 2조7800억원)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사우디 리그는 스코틀랜드 1부리그보다는 낮고, 이탈리아 3부리그보다는 조금 큰 규모로 평가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산하에선 일본 J리그와 한국 K리그에 앞선다. 앞서 사우디 자본의 지원을 받은 뉴캐슬은 이번 시즌을 4위로 마치며 20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돈만 봤다면 사우디 리그를 택했을 것”이란 메시의 발언에서 보듯이 자금력만으로 스타 선수들을 잡아둘 수는 없다. 사우디 정부는 현실적으로 전성기 선수 대신 은퇴를 앞둔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겨냥하며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PIF가 소유한 팀은 최소 3명의 유럽 슈퍼스타들을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구단들도 영입 선수 숫자는 적을지라도 분산해서 유럽 리그 선수 영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리그에는 유럽 리그와 달리 인건비가 구단 수입의 일정 비율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이 없다는 것도 슈퍼스타 영입전에 유리한 요소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