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한 날 죽어 돌아온 아들…“인천 특전사 사망은 인재”
"이틀 후에 휴가 나오면 다시 만난다고 인사했는데…."
지난 4월 1일, 인천 특수전사령부 제9공수특전여단 생활관에서 잠을 자던 한 병사가 숨졌습니다. 입대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던 22살 이 상병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점심을 먹고 부대로 복귀한 지 2시간 만에 사망한 이 상병. 군 경찰 등은 수사에 들어갔고, 최근 이 상병의 사망 원인이 확인됐습니다.
사인은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급성약물중독'.
정신과와 신경외과, 감기약 등 14개 종류의 약물을 에너지 드링크와 함께 복용했고, 치사량에 달하면서 사망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오늘(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상병의 죽음은 부적절한 인사 조치와 부대의 방치 때문"이라며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상병의 죽음은 인재...부적절한 인사 조치·부대 방치 때문"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이 상병이 전입 초기부터 부대 문제로 인해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간부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센터 측은 부대가 이 상병이 손과 다리의 부상 등으로 수송병 업무를 하기 힘들어 보이자 보직을 행정병으로 임의로 변경했고, 이후 선임병들로부터 폭언 등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행정보급관 등이 간부가 해야 할 일을 이 상병에게 떠넘기면서 업무 과정에도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불침번과 당직 근무표 작성, 출타 현황 관리, 사격훈련 인원 편성 등 간부가 해야 할 행정 업무의 다수를 이 상병이 해왔고, 대부분 일과 후나 주말 등에도 일을 해왔다는 겁니다.
■'자살 위험군'이었지만 관리는 없어….'무관심 속 방치'
군인권센터는 부대의 방치도 지적했습니다. 이 상병은 자대 배치 직후 이루어지는 '신인성검사'에서 이미 자살 위험군과 우울, 관계고립 등의 문제가 보여 '관심' 대상으로 분류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속 부대에서는 면담도 진행하지 않았고, 검사 결과지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군인권센터 측 주장입니다.
이 상병은 지난 2월 말 혹한기 훈련 산악행군에 부상 등을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고, 이후 '꾀병' 환자로 다시 낙인 찍혀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부대는 적극적으로 이 상병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면담일지를 소급작성하는 등 허위로 면담일지를 꾸몄다고 군인권센터는 지적했습니다.
■"몇 시간 만에 죽음으로 맞이한 아들...다시는 이런 죽음 없어야"
기자회견에 나선 이 상병의 어머니는 "(그날) 웃으면서 밥 잘 먹고 아무렇지 않았다"며 "우리 아들이 명이나물을 그렇게 잘 먹는지 몰랐다"고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점심을 함께 먹었던 어머니는 헤어진 지 단 서너 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된 아들을 봐야 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업무 수행을 안 한 군 간부와 상처 준 선임들에게 상응하는 처벌이 있어야 된다"며 "다시는 제 아들 같은 죽음은 없어야 된다"고 했습니다.
육군 측은 "지난달 19일 유족에게 수사 진행 간 미흡한 부대관리와 일부 부대원의 부적절한 언행 등이 식별되어 관련자들을 법과 규정에 의거 처리할 것임을 설명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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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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