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적도의 푸른 별, 인도네시아가 부른다

2023. 6. 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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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잠재력의 나라' 印尼
변화·발전의 길로 들어서
부패·법률 리스크는 있어
정부·기업·로펌 원팀 돼
현지 진출 기업 살펴야

지난 5월 적도 바로 밑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다녀왔습니다. 수교 50주년을 맞아 매일경제와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가 주관한 글로벌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우리 기업체들을 방문하고 기업인도 만났습니다. 인도네시아는 2억8000만명에 가까운 세계 4위 인구 대국입니다. 한반도의 9배 크기입니다. 1만7508개 섬들이 서쪽에서 동쪽까지 길게 이어져 3개 시간대가 있습니다. 2차전지 핵심 원료인 니켈 생산 세계 1위이며 주석, 석탄, 팜유, 고무 등 천연자원 부국입니다. 합계출산율 2.2명, 중위 연령 28.6세로 젊은층이 많고 외국인 투자도 늘고 있습니다. 활력이 넘치는 떠오르는 샛별입니다.

출발에 앞서 인도네시아 진출 기업 경영인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법률 리스크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습니다. 우리 기업이 현지 광산을 개발하거나 생산공장과 판매조직을 가동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투자 관련 세금과 인센티브, 노동법과 환경법은 어떤지, 현지 주민들이나 비정부기구(NGO)와 분쟁이 생겼을 때 공정하게 해결될 수 있는지 세심하게 챙겨야 합니다. 미지의 정글로 뛰어들 때는 현지 셰르파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현장을 꿰뚫고 있는 우리 가이드도 필요합니다. 인도네시아 전문 법률가들이 함께 뛰어야 합니다.

급작스러운 출장이지만 인도네시아의 이모저모를 미리 살폈습니다. 유튜브 EBS 인도네시아어 첫걸음 강의도 들어봅니다. '슬라맛 빠기, 안녕하세요. 트리마 까시. 감사합니다.' 속담도 배웁니다. '물에 들어간 김에 물을 마신다.' 일석이조. '걸으면 국경까지 배 타면 섬까지.' 시작하면 끝까지 한다는 뜻입니다. 25년 전 미국 예일대 로스쿨 연수 때 인도네시아 문학 전공 백인 학생이 다가와 인도네시아 말을 할 줄 아냐고 물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인도네시아 지역은 오랜 기간 인도와 동아시아를 잇는 해양 실크로드였습니다. 자카르타행 비행기에선,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착하고 순박하지만 자부심이 강하고 집단적 분노가 폭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2018년 아시안게임 개최 후 나라가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 포럼은 활기차게 진행됐습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 면담도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부터 니켈 같은 전략적 광물을 수출 금지시킵니다. 외국 기업을 유치해 국내 가공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려 합니다. 포럼 참석자들은 인도네시아의 막대한 천연자원과 대한민국의 높은 제조업 기술력이 결합하면 큰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전기차 생태계를 만들어내 일본,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20년간 '포텐셜의 나라'로만 얘기됐는데, 이제 변화와 발전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넘어야 할 법률 리스크도 있습니다. 부패지수가 2022년 세계 110위입니다. 인근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 태국보다 열악합니다. 현직 대법관이 뇌물 혐의로 체포되고 '법원 마피아'라는 말도 나옵니다. 포럼에서도 부패 고리인 브로커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부패를 막기 위해 온라인 인허가 시스템도 만들었지만, 아직 냉소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단단한 법률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과 로펌이 한 팀이 되어 세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눈뜨고 당하는 일이 없도록 보이지 않는 위험을 미리 읽어내야 합니다. 법률이나 시행령을 개정해야 길이 열리기도 합니다. 샛길로 가지 않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지혜로운 해법도 찾아내야 합니다. '비가 오고 더위가 오듯, 때가 오면 응답이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가 함께 더 잘살게 되는 진정한 동반자로 도약할 때입니다.

[봉욱 전 대검 차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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