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사우디 오일머니로 흔들린 골프
지난 7일 새벽(한국시간) 골프계에서 깜짝 놀랄 뉴스가 터져나왔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LIV 골프가 전격 합병했다는 소식이었다. 처음에는 '가짜뉴스'로 오해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원수지간처럼 지내던 사이가 갑자기 동업자가 됐기 때문이다. 세계 골프 지형은 뒤흔들렸다. 제이 모너핸 PGA 투어 커미셔너는 "세계 골프의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지만, LIV에 반대 목소리를 낸 로리 매킬로이는 "희생양이 된 기분"이라며 씁쓸해했다.
골프계를 뒤흔든 합병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사우디아라비아다. LIV는 2021년 10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주도해 설립했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거액의 계약금으로 특급 골퍼들을 끌어들여 자체 골프 리그를 운영했다. 그리고 창설 2년도 안 돼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PGA 투어와 통합했다. PIF는 새로 만들어질 공동 소유 영리 법인의 지분과 투자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맡게 됐다. 이번 합병에서 사우디가 승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PGA 투어를 끌어들인 PIF의 행보는 최근 세계 스포츠계에 부쩍 커진 사우디의 존재감과 궤를 같이한다. 자산 규모 6000억달러(약 780조원)를 내세우는 PIF는 축구계에서도 특급 스타들을 끌어모으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가 천문학적인 몸값에 사우디행을 선택했다. 향후 2년 내 PIF가 자국 리그 부흥을 목표로 200억유로(약 28조원)를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천문학적 자금을 내세워 스포츠계 전반을 흔드는 사우디의 행보에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인권 탄압국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스포츠 워싱'으로 비꼬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의 '광폭 행보'는 이어진다.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에도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미 2029년 네옴시티에 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 '사막에서 열리는 겨울 대회'라는 독특한 발상을 내세웠다. 이후 2030년 월드컵,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향후 10년, 세계 스포츠가 사우디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김지한 문화스포츠부 hansp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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