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검사들 무덤' 된 공수처
수사는 범죄자에게 책임을 묻고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검사'로 불리는 프리트 바라라 전 뉴욕 남부지검장에 따르면 수사는 수사관의 태도와 성향이 성패를 가른다.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는 굳은 의지와 사태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없으면 범죄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수사의 성공과 완성도는 수사관들의 지략과 경험, 끈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최근 '검사들의 무덤'으로 전락해 논란이 거세다. 최 모 검사가 얼마 전 공수처를 떠나면서 2021년 1월 출범 때 임명된 1기 검사 13명 중 9명이 첫 임기(3년)를 마치기도 전에 옷을 벗었다. 이처럼 검사 줄사퇴가 이어지면서 조직 내부도 어수선하다. 퇴직 검사들은 공수처 수뇌부를 겨냥해 "내부 비판 의견을 외면하고 업무 점검과 평가를 하지 않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 아니다"며 직격탄을 퍼붓고 있다. 실적 역시 형편없다. 올 3월까지 총 6200여 건을 넘겨받아 단 3건만 기소했다.
공수처가 수사기관으로서 존재감을 상실한 것은 태생적 한계 탓이 크다. 문재인 정권은 검찰 견제를 구실로 '옥상옥' 기구인 공수처를 밀어붙였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반발하자 "공수처장 임명에 대한 비토권을 주겠다"고 해놓고 입법 과정에서 이를 묵살했다. 자신들 입맛에 맞는 처장을 앉히려고 꼼수까지 일삼은 것이다. 이후 공수처는 지난 대선 때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관련 사건은 무리하게 수사한 반면 친정권 검사는 '황제조사'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심지어 문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학자 등을 상대로 '전화 뒷조사'까지 벌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공수처가 지금처럼 제 역할도 못 하면서 수백억 원의 혈세만 축내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공수처 수뇌부는 반성과 쇄신은커녕 '인력과 예산 부족' 타령만 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공수처는 구차한 변명과 핑계만 찾을 게 아니라 이제라도 존재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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