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집값 아직 고평가…디레버리징 지연 우려”
“잠재 리스크 예의주시”
①물가 ②금융불균형 ③환율 ④금융안정
한국은행은 현재 집값이 소득 수준에 비해 고평가됐다고 진단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로 인해 누증된 금융불균형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한국은행은 8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주택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의 가계대출도 재차 증가함에 따라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지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연 0.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1월 3.5%로 총 3%포인트(p) 끌어올리면서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범위를 소폭 상회하는 긴축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중립금리란 경기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중립금리 상단을 2.75~3.0%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금융불균형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주택가격은 여전히 소득수준과 괴리돼 고평가됐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최근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 2조3000억원 늘면서 4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 부동산 규제 완화, 시장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 등이 맞물린 결과다. 가계대출 증가로 디레버리징이 지연되면 정부와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연착륙’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국은행은 현재 100%를 웃도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은 이번 금리 인상 과정에서 마주한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금융불안 재연 가능성을 꼽았다. 보고서는 “금리 수준이 높아진 가운데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금융 관련 신용 리스크(credit risk)가 여타 부문과 시장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잠재한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의 기업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관련 익스포져(위험 노출액)가 높은 증권사·건설사에 대한 신용경계감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은행채 대규모 만기도래, 특례보금자리론 조기 소진에 따른 주택저당증권(MBS) 추가 발행, 세수실적 부진으로 인한 국채 발행 등 수급부담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올 들어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추가 인상하거나 국내 통화정책 기조가 조기에 전환될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올해 1분기에만 누적 44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상수지 개선이 지연될 경우 성장 하방 리스크와 외환수급 불균형 위험이 높아지면서 대외건전성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그동안 지연된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에 현실화될 경우 직·간접적 경로를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이밖에 예상치 못한 공급 충격 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면 국내 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이런 잠재 위험 요인을 예의주시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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