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IT] 농업회사법인 상생 임종순 대표, “쌀은 우리나라의 토종 자원입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설립한 농식품 분야 특화 창업보육센터입니다. 국제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서울’이 보유한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1,000만 명 규모의 거대한 소비시장을 바탕으로, 농식품 분야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전통과 첨단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도록 돕는데요.
서울먹거리창업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입주 스타트업의 의견을 반영해 실제 필요로 하는 부분을 해결해 주는데 집중하는 '네트워크'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해 판로개척을 다각화했고(유통 대기업 협업 및 크라우드펀딩 지원 등), 식품 디자인, 홍보 영상 촬영, 특허 출원 등 이종 기업을 연계해 지원하죠. 센터와 입주기업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에 IT동아가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을 만나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경험을 전달하고, 어떤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는지 소개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은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하는 농업회사법인 상생입니다.
우리나라의 토종 자원은 쌀이라고 생각합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농업회사법인 상생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한다.
임종순 대표(이하 임 대표): 농업회사법인 상생은 우리 농산물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올바른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설립한 뒤 2020년 우리나라 토종 밀인 ‘앉은뱅이밀’을 이용한 수제맥주 ‘달이피네’, 2021년 앉은뱅이밀을 이용한 피자 ‘바삭한도우’를 판매했다. 그리고 2022년 6월부터 미강(벼를 쌀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중 하나, 벼의 속껍질)에서 추출한 천연 유화안정제 기술을 바탕으로 유기농 쌀 음료 ‘아이라이스유’를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토종 작물을 활용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제조, 판매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IT동아: 국내 농식품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한다는 뜻인가.
임 대표: 맞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나지 않는 나라다. 중동, 노르웨이, 베네수엘라는 ‘석유의 나라’로 불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다이아몬드’로 부를 축적한다. 미국과 중국은 보유한 자원의 종류와 양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세기도 힘들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렇다 할 자원이 없다. 해외에서 자원을 수입하고 이를 가공해 수출하는 제조업으로 성장하지 않았나.
고민했다. 우리나라만의 자원은 정말 아무 것도 없을까? 그렇게 찾은 것이 벼, 쌀이다. 쌀은 국내 전체 농사의 60%를 차지한다. 쌀은 흔히 ‘밥심으로 일한다’, ‘밥은 먹고 일해야지’라고 말하듯 과거 오래 전부터 이어 온 주식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쌀을 활용해 가공품을 만들어 수출하면, 자원을 수입해 가공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IT동아: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다.
임 대표: 그렇게 설립한 것이 농업회사법인 상생이다. 우리나라 농식물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나아가 ‘식량 안보’도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토종 통자를 지키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일본제국주의는 두개의 중대 병력을 동원해 토종종자 자원을 수집해 갔고, 미국과 독일은 6.25 전쟁의 혼란을 틈타 토종자원을 수집해 갔다.
최근에도 우리나라는 토종종자를 지키지 못했다. IMF 당시 우리나라 5대 종묘 회사 중 4개 회사가 외국기업에 팔렸다.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하면 떠오르는 청양고추는 현재 독일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파프리카는 네덜란드와 스위스 품종이 100%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구마 품종 90%, 양파와 양배추 품종의 80%가 일본산이다. 약 160종의 토종종자가 그렇게 빠져 나갔다.
쌀, 벼를 마지막 남은 토종종자라고 생각한다. 벼만큼은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토종종자가 많다. 이에 우리나라 땅에 심어서 나는 토종 쌀을 활용해 경쟁력을 인정받고 싶다.
토종 쌀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IT동아: 그런데 쌀을 활용한 제품은 이미 시중에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렸을 때 먹은 쌀 과자도 있고… 아, 쌀 음료하면 떠오르는 ‘아침햇살’도 있지 않나.
임 대표: 하하. 아니다. 많은 것처럼 생각되겠지만, 품목별로 보면 떡, 쌀 과자, 쌀 음료 정도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방금 얘기한 대표적인 쌀 음료 아침햇살은 이제 우리나라 기업 제품이 아니다. 아침햇살을 개발한 웅진그룹의 식품 계열사였던 웅진식품은 지난 2013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950억 원에 매각됐고, 이후 2018년 한앤컴퍼니는 웅진식품을 대만의 식품유통기업 퉁이그룹에 2,600억 원에 매각했다. 국내 쌀로 만드는 쌀 음료지만 국내 기업 제품은 아닌 셈이다.
국내 대표 주류 중 하나인 막걸리에 쌀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수입 쌀이다. 국내 쌀로 만드는 막걸리나 탁주는 거의 없다. 일부 지역에서 생산하는 전통 막걸리에 해당 지역에서 생산하는 쌀을 사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유통기한은 3일~7일 정도에 불과해 전국으로 유통하기 어렵다. 국내 쌀을 활용한 가공품을 찾기 위해 많은 기업, 기관이 노력하는 이유다.
IT동아: 음… 듣고 보니 쌀을 활용한 제품을 선뜻 떠올리기 어렵다.
임 대표: 쌀로 만든 빵이 있었지만, 밀과 비교해 점성, 끈끈함 등이 부족했다. 기존 빵과 같은 쫀득한 식감이 없었다. 특히, 쌀로 만든 가공 식품은 대부분 유통기한이 짧다. 판매, 유통에 있어 짧은 유통기한은 큰 장애물이다. 밥 빼고는 이래저래 소비처를 찾기 어렵다.
문제는 1980년 이후 국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양곡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2022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kg을 기록해 2021년(56.9kg)보다 0.2kg 줄었다. 10년 전인 2012년(69.8kg)과 비교하면 18.8% 줄었고, 30년 전인 1992년(112.9kg)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국내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55.5g을 기록했다. 통상 밥 한 공기에 소비하는 쌀은 90~100g 정도인데, 하루에 쌀밥 한 그릇 반 정도 먹는 셈이다.
식습관이 변화하고, 식문화가 달리는 여러 이유 때문이지만, 우리 고유의 전통 주식인 쌀을 제대로 알리고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유기농 쌀 음료, ‘아이라이스유’
IT동아: 토종 작물, 국내산 쌀을 알리고자 하는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임 대표: 원래 토종종자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 2019년 상생 설립 후, 선보였던 수제맥주 ‘달이피네’, 피자 ‘바삭한도우’도 그렇게 만든 제품이다. 두 제품 모두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한 토종 밀 앉음뱅이밀로 만든 제품들이다.
지난 2022년 6월부터 생산한 ‘아이라이스유’는 미강에서 추출한 유화안정제를 이용해 개발한 쌀 음료다. 합성첨가물은 전혀 넣지 않았다. 버려지는 미강을 활용해 천연 유화안정제를 개발한 것이 핵심이며, 다른 쌀 음료처럼 맛을 내기 위해 다른 향, 우유 등도 첨부하지 않은 유기농 쌀 음료다.
아이라이슈유는 특허받은 ‘쌀을 이용한 우유 대체품 제조 방법’을 사용한다. 무균충전시스템으로 살균 처리해 제조 공정 단계에서 철저하게 무균 상태로 관리, 생산해 유통기한도 길다(9개월). HACCP 인증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V-LABEL’ 비전 인증도 받았다. 무엇보다 충남 아산 쌀을 사용하고 유기농 국내 쌀을 사용해 추출한 현미유와 배합한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아, 제품 가격도 다른 쌀 음료 대비 저렴하다(웃음).
2022년 6월부터 생산해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전국에 150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살림 생산자협동조합’을 비롯해 ‘두레생협’, ‘아이쿱(ICOOP)’과 공동 PB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충남학교급식지원센터 납품도 확정했다. 이외에 롯데마트, 이마트, 하나로마트, 슈퍼마켓연합 등에도 입점 진행 중이며, 쿠팡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온라인 판매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상생 설립 후 2022년까지 거둔 누적 매출은 약 36억 원이다. ‘달이피네’, ‘바삭한도우’, ‘아이라이스유’ 등 제품 이외에 감자, 양파, 쌀, 소금 등 농식품 유통을 더한 매출이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상생을 꿈꿉니다
IT동아: 농업회사법인 상생을 창업한 이유가 궁금하다.
임 대표: 나름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웃음). 1998년초 쌍용자동차에 영업 정직원으로 입사했는데, 대우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그해 11월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 2000년부터 렌터카사업을 시작해 약 10년 가까이 운영하며 지내다가 개인적인 이유로 잠시 산으로 떠났다.
(산으로 떠났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가는 질문에)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만사가 다 귀찮아졌었다(웃음). 렌터카사업을 정리하고 산으로 올라갔다. 혹시 ‘영림단’을 아는지 궁금하다. 국가의 산림을 가꾸는, 나무를 기르고 수확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영림단이다. 깊은 산 속에 위치한 민박집에서 먹고 자며 산에 있는 나무를 벌목하는 고된 작업을 주로 한다. 그렇게 약 2년간 산에서 영림단으로 일하며 잠시 떠나 있었다.
이후 돌아와 일한 곳이 사회적기업 두레마을이다. 두레마을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과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가치실현을 이루어 내는 사회적기업이다. 약 5녀간 두레마을에서 일하며 사회적경제(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사회적 경제조직이 상호협력과 사회연대를 바탕으로 사업체를 통해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에 대해 많이 배웠다.
사업과 직장 생활을 겪으며 여러 일을 겪었다. 이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고, 이러한 경험은 지금의 농업회사법인 상생으로 이어진 듯하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라이스유’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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