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사태’에 갈등 증폭된 민주당, 혁신 놓고 곳곳 충돌

이재명 “더 나은 혁신이 문제 해결 방법”
비명 “책임지고 사퇴” vs 친명 “검찰정권 전략”
원내지도부 ‘혁신위원장 선임 관여하지 않을 것’
“신임 위원장? 李와 가까울수록 위험 부담 커질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민주당-양대노총 청년정책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9시간 만에 낙마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사태로 당내 갈등이 증폭된 모양새다. 인사 결정권자인 이재명 대표의 거취와 신임 위원장 인선 등을 놓고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8일 이래경 사태로 인한 당의 위기 극복 방법에 대해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고 많은 분의 의견을 들어서 더 나은 혁신을 해나가는 게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청년 노동정책 간담회 후 취재진과 만나 ‘혁신위원장 인선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많은 분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측에 따르면 이래경 이사장 인선과는 달리 더욱 꼼꼼한 검증을 거치고자 한다.

다만 당내에서는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번 이래경 사태와 관련 ‘이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와 같은 중대한 잘못을 범했는데 대표가 그냥 말 한마디 ‘결과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겠다’ 이런 정치적 레토릭에 가까운 얘기를 했다면 더 큰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용기 있게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법적 의혹의 무고함을 밝히도록 하는데 집중하기 위해서 잠시 물러나 있겠다’고 하는 것이 국민들, 당원들 보기에 (좋고), 당에 놓여 있는 여러 논란거리도 제거할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반면 친이재명계에서는 이 대표 사퇴론을 차단하고 있다. 김영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기승전 사퇴로 모든 사안을 판단한다면 당 대표를 한 달에 한 번씩 뽑아야 된다“고 사퇴에 선을 그었다.

안민석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틈만 나면 사퇴하라는 내부의 주장은 온당치 못한 것“이라며 ”현재 검찰 정권이 민주당의 분열을 노리고 있다. 이런 전략과 프레임 속에 빠져들어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당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대표가 책임을 져야 되는 것“이라며 ”결과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는 했으나 거취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신임 혁신위원장 선임 엇박자? “원내지도부는 추천 안 받아”

신임 혁신위원장 선임을 두고서도 엇박자를 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날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원내에서 혁신위원장 추천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 부분은 정정할 필요가 있다“며 ”원내 차원에서 추천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원내 지도부 차원의 혁신위원장 추천받을 계획’에 대해서도 ”계획이 없다“며 원내 지도부가 신임 혁신위원장 선임 과정에 관여하지 않을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아울러 비명계들은 당의 혁신과 쇄신을 위해 신임 위원장은 ‘친명계로 앉히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한 초선 의원은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혁신하려고 하는 건데 대표와 지도부에게 우호적인 인사를 앉혀서야 되겠냐“며 ”지도부를 견제할 수 있고 건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래경 이사장 선임 사례에서 보이듯 이 대표와 친명계는 결을 같이할 수 있는 인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을 혁신위원장으로 앉혀야 하겠냐“고 언급한 바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사태가 있었던 만큼 이 대표에게 위험 부담이 없을 인선을 해야 한다“며 ”이 대표와 가까울수록 부담과 책임이 커진다. 이를 염두에 두고 추천받고, 검증하고 신중하게 임명해야 한다“고 직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