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유럽혈액학회…삼성에피스, 年5조 희귀질환 시장 공략 시동

프랑크푸르트(독일)=박미리 기자 2023. 6. 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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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규모 혈액 학술단체…독일서 8일 개막
에피스, 암젠보다 3상 1년1개월 단축…5월 품목허가 획득
단독부스로 참가…"오리지널약과 동등" 추가분석 발표도
학회 개막 전날 학술 세미나 개최…의료계도 관심
유럽혈액학회에 마련된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스/사진=박미리 기자


8일(현지시간 기준) 오전 9시. 독일 메세 프랑크프루트 컨벤션센터 앞은 'EHA 2023(유럽혈액학회)' 개막 소식을 알리는 글자들이 물결을 이뤘다. 이를 가로질러 컨벤션센터로 들어서는 사람들도 끊이지 않았다. 유럽혈액학회는 전 세계 100개국, 5000명 이상 회원을 둔 유럽 최대 규모 혈액학 관련 학술단체다. 전 세계에서 모인 혈액학 전문의, 연구원 등 전문가들이 모여 최신 연구동향과 학술성과를 공유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학회에 단독 부스를 마련해 참여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EHA에 부스로 참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다른 학회까지 범위를 넓혀도 단독 부스를 마련한 것은 회사를 알려야하는 설립 초기를 제외하고 오랜만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첫 혈액학 분야 바이오의약품 '에피스클리(프로젝트명 SB12)'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이번 학회에선 에피스클리와 오리지널 약 간 임상 의학적 동등성을 입증하는 추가 분석결과도 공개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1상, 2019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발작성 야간 혈색 소뇨증(PNH)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데이터가 활용된 연구다. 그 결과 에피스클리는 오리지널 약과 유효성, 약동학, 약력학 차이가 없었다.

단독 부스로 참여…'에피스클리' 홍보
현재 에피스클리가 타깃하는 발작성 야간 혈색 소뇨증(PNH)은 혈관 내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혈전이 생기고, 야간에 용혈 현상이 생겨 혈색 소변을 보이는 증상을 동반하는 희귀질환이다. 급성 신부전, 폐부전 등 합병증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 당 1~5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그 동안 미국 알렉시온이 개발한 '솔리리스'가 유일한 치료대안으로 꼽혀왔으나, 2020년 4월 솔리리스의 유럽 내 특허가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가능해졌다. 지난 4월 암젠(제품명 베켐브)에 이어 지난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클리)가 잇따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암젠보다 임상 시작이 늦었으나 환자 모집에서 암젠을 추월했다. 임상 3상 소요기간이 2년2개월로 암젠보다 1년1개월 빨랐다. 유럽허가를 받는 기간도 암젠보다 3개월 단축했다. 임상 3상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쾌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학회 기간 동안 전 세계 혈액학 전문가들에 에피스클리를 홍보할 예정이다. 특히 에피스클리는 바이오시밀러인 만큼, 오리지널 약인 솔리리스보다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된다. 현재 솔리리스를 활용한 PNH 치료 비용은 환자 1명 당 연간 4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완치가 되진 않아 평생 발생하는 비용이다. 알렉시온은 작년에만 솔리리온으로 총 5조원을 벌었다. 에피스클리 임상 3상을 총괄한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국내 PNH 환자 450명 중 적극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300명인데 이중 150명(임상 50명 포함)만 치료를 받고 있다"며 "솔리리스란 치료제가 있고 효과도 좋지만 약이 비싸다보니 150명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약과 똑같은 효능을 지녔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며 "비싼 약 값에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국가 재정도 보다 튼튼히 할 수 있단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스는 다국적 제약사인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부스 옆에 위치했다. 하얀 벽면이 에피스클리 임상 데이터와 제품 외관, 삼성바이오에피스 소개로 빼곡했다. 또 한 쪽 벽면에선 박상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머셜(Commercial) 본부장이 회사와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이 송출됐다.

유럽시장 공략에 대한 자신감이 담겼다. 개막 오전이었지만 학회 참가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스에서 만난 아바그네일 마리지오(Maurizio Abagnale)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머셜본부 전문은 "에피스클리의 유럽허가 획득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방문객들의 관심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에피스클리, 바이오시밀러 역할 깊이 공감"
에피스클리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은 전날 늦은 오후 독일 메세 프랑크프루트 컨벤션센터 인근에서 열린 학술 세미나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세계 각국의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30여명이 모였다. 해당 세미나의 발표자로 나선 장준호 교수는 에피스클리 임상 3상 데이터, 3상을 총괄하는 동안 겪은 에피소드, 실제 처방 경험 등을 공유했다.

이번 학회기간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최로 진행된 PNH 자문단 모임에서 좌장을 맡은 퓨포 데 라투어(Peffault de latour) 교수는 "이번 미팅을 통해 SB12(에피스클리)의 바이오시밀러로서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짧은 시간에 바이오시밀러를 선도할 수 있는 회사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7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에피스클리 관련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미리 기자


다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직 에피스클리의 유럽 출시 일정, 국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솔리리스 유럽 특허가 이미 만료됐고, 삼성바이오에피스 에피스클리 품목허가까지 받은 만큼 유럽 출시는 머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솔리리스가 초(超)고가 바이오의약품인 만큼 에피스클리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목적인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확대'에 잘 부합한다"며 "앞으로도 고품질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랑크푸르트(독일)=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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