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효율 잡은 차세대 에너지 'SMR' 산업, 정부가 밀고 기업이 당긴다
삼성물산·현엔·DL이앤씨 등 SMR 투자 '활발'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SMR은 설비용량 300㎿e(메가와트) 이하급 원자로다. 기존 1000㎿e급 일반 원자력 발전소보다 전기출력이 3분의 1가량 작다.
8일 건설·에너지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SMR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기업과 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기업들은 SMR 기술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 업체들에, 정부는 국내 기업의 R&D(연구·개발)에 투자한다.
SMR은 기존의 3세대 대형 원자로를 소형화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인 것이다. 통상 3.5세대 원자로로 불리는 SMR은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없고 생산 효율이 높아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보다 한발 나아간 4세대 원자로는 미국 에너지부가 오는 2030년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원자로'다. 원자로를 냉각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핵연료를 재활용해 친환경적인 에너지 생산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정부는 효율성과 안전성뿐 아니라 친환경 요소까지 갖춘 차세대 SMR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말 '신한울 1호기 준공식'에서 향후 6년간 '한국형 SMR' 개발에 4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올해 1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함께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료(i-SMR) 기술개발사업단'을 출범했다. 사업단은 국내 차세대 SMR 개발을 전담하기로 했다.
또 과기부는 이날(8일) 국회에서 '원자로 및 지역과학기술 혁신 실무 당정협의회'를 열고 민관 합작 차세대 원자로 개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SMR 관련 내년 예산은 총 787억 원 가량이 책정될 예정이다. 특히 내년 신설되는 '민관 합작 차세대 원자로 개발 프로젝트'에는 정부와 기업이 오는 3년간 550억 원을 공동 투자한다.
국내 기업들의 직접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DL이앤씨와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에 각각 2000만,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투자는 엑스에너지가 발행하는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엑스에너지는 물이 아닌 새로운 냉각재를 적용하는 '비경수로형 4세대 SMR' 개발사로,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는 "엑스에너지의 SMR 기술은 전력 생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활용성이 높아 플랜트 사업과 연계가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수소와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미국의 초소형모듈원전 업체 USNC에 3000만 달러 규모의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USNC가 수행 중인 캐나다 '초크리버 초소형모듈원전'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관련 설비는 오는 2026년 준공 예정으로 세계 최초의 4세대 원자로가 될 예정이다.
삼성물산 역시 미국 SMR기업 뉴스케일파워에 7000만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뉴스케일파워는 SMR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전 세계 70여 개 SMR 모델 가운데 가장 먼저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NRC)의 설계인증을 취득했고, 현재는 후속 단계를 개발 중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 2021년부터 미국 홀텍 인터네셔널과 '팀 홀텍'을 구성하고 SMR을 비롯해 원전해체사업,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구축 등 원전 밸류체인 전반의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우크라이나 원자력 공사 에네르고아톰(Energoatom)과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 재건을 위한 SMR 건설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SMR 상용화에 따른 기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SMR은 원자로의 크기가 작아 연료 비용이 낮고 방사성 폐기물 배출도 적다"며 "건설에 있어서도 핵심 설비를 미리 공장에서 만들어 조립하게 되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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