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희 “’닥터 차정숙’, 나에게도 필요했던 이야기…도전 늦지 않았다” (종합)[인터뷰]
[OSEN=유수연 기자] 배우 백주희가 ‘닥터 차정숙’ 종영 후 소감과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는 JTBC ‘닥터 차정숙’ 배우 백주희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의 인생 봉합기를 그린 이야기로 지난 4일, 최고 시청률 19.4%를 기록하며 종영하는 등 뜨거운 인기 속에 막을 내렸다.
이날 백주희는 “마지막회 시청률이 20%를 못 넘겨서 아쉽기는 하지만, 너무 사랑받아서 감사하다”라며 “사실 드라마가 이렇게 잘될거라고는 솔직히 생각 못했다. 하지만 엄정화 선배님이 연기를 너무 잘 하셔서 ‘잘 되겠다’는 믿음은 있었다. 1,2부를 보는 순간 ‘와, 이거 대박이다’ 싶었고, 3,4부에서 정숙이가 ‘남편이요? 죽었어요’하는 장면에서는 완전 뿜었다. 왠만해서는 작품을 보다가 뿜어본 적이 없었는데, 밥을 먹으면서 보다가 정말로 뿜었다”라고 말했다.
‘닥터 차정숙’ 이후 달라진 점을 체감하냐는 질문에는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웃으며 “체감하는 부분을 꼽자면, 주변에서 ‘잘보고 있다’는 전화가 좀 왔었다. 그리고 그저께 집으로 가스 점검해주시는 분이 왔는데, ‘혹시 누구 닮았다는 이야기 못들으셨어요?’하더라. ‘알아봤구나’ 싶어서 ‘제가 그 사람이 맞다’고 하니 놀라시면서 ‘닥터 차정숙에 나오시는 분 아니냐’라고 하더라. 그때 변화를 좀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러브콜을 많이 받았냐’라는 질문에는 “글쎄요, 딱히”라면서 “다만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가 있다. 방송은 언제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작품도 재미있을 것 같다. 멋있는 역할은 아닌데, 마인드 자체가 멋있는 인물이라 아주 마음에 든다”라며 차기작을 귀띔하기도 했다.
작품을 출연하게 된 계기를 묻자 백주희는 “처음에 김대진 감독님께서 넷플릭스 ‘인간수업’에서의 연기를 보고 인상이 깊었다고 연락이 오셨다. 다른 역할로도 만나보고 싶다고 하셔서 합류를 했는데, 처음에 ‘엄정화 선배님이 하실건데, 친구 역할이다’라고 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비중같은 건 상관없고, 엄정화 씨의 친구 역은 꼭 해야만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엄정화와 함께 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원래부터 엄정화 선배님을 너무 좋아했고, 팬이었다. 그러다보니 첫 만남때 굉장히 긴장됐다. 함께 대사를 주고 받는 다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촬영장에서 만났는데, 처음부터 ‘우리 친구니까 야, 라고 해 미희야’라고 하더라. 물론 저는 ‘야’라고 부르진 못했다. 이후 촬영이 끝나고 나서 ‘선배님. 저 언니라고 부르면 안됩니까?’라고 고백했더니 ‘너무 좋아!’라고 해주셔서 더 친해졌다”라고 웃었다.
이어 “선배님이 유튜브를 하시지 않나. 예전 영상에서 선배님이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자신을 그만 볶아라. (어차피) 잘 될 거다’라고 답하신 적이 있다. 그걸 보고 ‘정말 우리 언니를 했으면 좋겠다’ 싶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도 나를 볶는 타입이다. 내 연기를 보고 있으면 자꾸 단점만 보이고 부끄럽다. ‘다른 사람들은 잘 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별로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야박한 편이다. 정화 언니도 그렇다고 하더라. 완벽주의자는 아닌데, 제 연기만 보면 익숙하지가 않다. 항상 낯설고,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 역시 아쉬움이 남았을까. 백주희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공항에서 미희가 정숙이에게 ‘이렇게 힘들땐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라며 대화를 하는 장면이다. 정숙과 미희가 둘이 친하다는 걸 처음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언니가 워낙 잘해주시기도 했다. 껴안는 것도 애드리브였는데, 정말 친한 사이처럼 나와 제일 마음에 들었다”라며 “반면 마음에 안들었던 건, 정숙을 위로해줄때 미희가 너무 취하게 나오지 않았나, 마라톤을 할때 그렇게 귀여운 척을 했어야 했나, 싶었다. 걱정되어서 친구에게 ‘저거 너무 진상처럼 나온 것 아니냐’고 물어보니 ‘네가 그렇게 해줘야 장면이 살지’라고 해주더라. 그래서 ‘그럼 내가 잘한 걸로 하자’라고 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극중 백주희는 주인공 차정숙(엄정화 역)이 우정을 이어오는 유일한 의대 동기 친구이자 피부과 전문의인 ‘백미희’ 역을 맡았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에 대해 “저는 런닝은 안 좋아한다. 강아지랑 산책 다니는 건 좋아한다. 또 술을 좋아하는 건 비슷한데, 미희는 술이 저보다 약한 것 같더라. 제가 더 쎄다”라고 웃었다. 이어 “피부과 전문의라는 배역이다 보니 제 피부가 의식이 되더라. 그래서 팩도 많이 붙였다. 또 피부과 선생님을 직접 찾아가 시술을 하는 영상을 찍고 연기에 참고 했는데, 그 장면은 많이 안나왔더라. 아무튼 신경은 썼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실제 미희라면 이혼을 앞둔 정숙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는 “일단 서인호(김병철 분) 욕을 굉장히 하고, 저 역시 비슷하게 조언했을 것”이라며 “따지고 보면 실제로 저는 주의 사람들에게 연애 상담을 자주 해주는 편이다. 상대방이 남친 이야기를 하면서 ‘헤어질 것 같아’라고 해도, 목소리에서 ‘못 헤어지겠는데’라는 느낌이 온다. 그러면 미희 처럼 비슷하게 말을 해준다. 할 만큼 해보고, 좋아할 만큼 다 좋아하고, 그때 후회없이 떠나라고 해준다. 그래야 미련이 없다. 반대하면 더 만나고 싶다”라고 답하며 ‘연애 상담’ 고수의 면모를 뽐내기도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의 촬영 비하인드도 전했다. 백주희는 “극중 제가 거의 정화 언니나 우혁 씨와고만 촬영하고, 인호와는 만나지도 않는다”라면서도 “정화 언니가 집에서 같이 드라마라를 보자고 해서 명세빈, 김명철, 민우혁 씨와 함께 닥터 차정숙’을 시청하기도 했다. 해당 회는 제가 나오는 부분이 아니라 저 혼자서는 마음 편하게 봤고, 네분끼리는 서로 서로 장면이 나오면 탄식도 하고, 리액션도 하면서 보더라. 그게 굉장히 재미있었다”라고 밝혔다.
특히 백주희는 엄정화와의 두터운 케미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정화 언니는 연기에 몰입하시는 게 장난이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 미희와 정숙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아 꾹 참기도 했다. 또 정숙이와 병원에 나와 마주치는 장면이 있다. 당시 서인호의 이야기를 알고 서로를 껴안는데, 엘레베이터 앞에 서 있는 정화 언니의 표정이 너무 좋아서 울컥했다”라며 그의 연기를 칭찬했다.
더불어 엄정화가 현재 출연 중인 ‘댄스가수 유랑단’을 언급하며 “집에 티비가 없어서 유튜브로 챙겨보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섹시하신 건지 모르겠다. 촬영 현장에서는 착하고 여린 사람인데, 무대 위에서는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시다. 이 얘기를 했더니 ‘정말? 좋게 봐줘서 너무 좋아, 미희’라면서 너무 좋아하시더라. 이외에도 ‘미희. 지금 방송 보고 있어?’ 등 연락이 오신다”라고 전했다. 이어 “언니와 연애 이야기도 나눈 적 있다. 언니가 ‘너는 연애 할거야?’라고 물어 보시길래,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언니가 ‘뭘 때가 아니야. 지났지’라고 하시더라”라고 웃으며 “‘그럼 언니는요?’라고 물으니 ‘모르겠어~’라고 하시더라. 정화 언니가 너무 귀여우시다”라고 말했다.
백주희는 지난 2000년 뮤지컬 '캣츠'로 데뷔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스크린에 도전하기 전까지 뮤지컬 배우로 약 20년의 경력을 쌓은 그는 “뮤지컬과 작품 둘다 어렵고, 긴장되지만 차이점은 있다”라며 두 분야의 차이점을 언급했다. 백주희는 “현장에서 관객들을 만나면 바로 피드백이 오니까 ‘이게 잘못됐구나’ 하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그럼 다음에 회차 때 수정하고, 공연이 끝날때까지 좋게 수정할 수 있다. 그런데 TV는 박제되지 않나. 바꿀 수 없어서 무섭다. 또한 무대 위에서 실수하면 티켓을 사신 분들께 너무 미안한 일이니, 실수하면 안된다. 그래도 방송은 리허설 때 실수하면 한번만 더 해볼게요, 할 수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뮤지컬계에서 자리를 잡은 그가 방송 매체 연기 도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백주희는 “원래 뮤지컬이 꿈이었고, 19년 쯤 했으니 뮤지컬 쪽에서는 거의 이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연기에 대한 갈증이 났다”라며 “노래도 물론 연기이고, 정말 매혹적인 일이지만, 말을 많이 뱉고 싶더라. 또 공연을 하다보면 십 몇년이나 하다보니 안해본 역할이 없었는데, 방송 매체로 가면 더 디테일한 여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는데, 하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본을 받고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이후 촬영장에 가서 그 연기를 보여드렸을 때 현장에서 ‘좋은데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씩이라도 내가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더불어 나의 작품을 보고 ‘인상적이었다’라며 차기작 연락이 오게되면, 이 길을 선택한게 맞다, 내가 하고 있는 게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대신 고민도 많아진다. 방송은 무대가 아닌 화면에 비춰지게 되다 보니 조금 더 예민한 작업 같다. 그래서 조금 더 고민하고,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2020년 ‘베어 더 뮤지컬’ 이후 방송 활동과 뮤지컬의 병행을 멈춘 이유를 묻자 “병행을 하니 뮤지컬 팀에게 너무 미안했다. 더블이 있긴 했지만, 뮤지컬은 사람이 연습실에 있어야 하지 않나. 당시 드라마 촬영과 병행 중이었는데, 날씨 변화로 인해 촬영 일정이 바뀐거다. 극중 역할이 회사 직원이라 빠질 수가 없었다. 이때문에 매니저도 여기저기 죄송하다고 사과해야했고, 더블캐스팅 된 배우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게 너무 피해를 주는 것 같더라”라며 “지금은 방송 쪽에 칼을 뽑았으니, 여기서 자리를 잡고 여유가 생기면 다시 공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한다”고 말했다.
추후 도전하고픈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그는 “매력있는 캐릭터의 작품이면 좋다. 비중이 많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비중만 많고 활약이 없으면 좀 속상할 것 같다. 분량이 적어도 작품에 도움이 되는 배역이면 좋겠다”라며 “주로 ‘사’자가 붙은 역할을 많이 했는데, ‘사’자 직업 연기는 구조적으로 갇힌 연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시크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 나름 매력이 있지만, 저는 자유로운 배역이 좋긴 하다. 조직의 보스나, 초능력을 써도 좋고, 시트콤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진한 로맨스’에 대한 출연 의사를 묻자 “얼마나 진한 걸 말씀하시는 거냐”라고 너스레를 떨며 “너무 진한 로맨스는 부끄럽다. 의리 있는 연애나, 친구와 연인 사이, 애매한 관계같은 건 좋을 것 같다. 본격적인 러브라인은 자신 없지만, 제안이 온다면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백주희는 ‘닥터 차정숙’에 대해 “저 역시 방송일을 뒤늦게 시작했다보니 정숙이의 용기에 공감이 되더라. 정숙이가 달리는 길이 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정숙이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되면서 ‘참 좋은 작품이다’라고 생각했다”라며 “저도, 정숙이도 늦게 시작했다. 무엇이든 절대 늦지 않았다. 저도 하고 있으니, 여러분도 도전 하세요, 라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다. 저에게도 그 이야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시청자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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