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만 보는 윤 정부와 달리 국익 위한 외교전에 여념없는 강대국

2023. 6. 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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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우디 가까워지자 관계 개선에 나선 미국, 다음날 러시아는 사우디와 통화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중국과 미국, 러시아 등이 연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에 공을 들이는 한편 미국과 중국 간 대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일본만 바라보는 한국 정부와는 달리 각국이 국익을 위한 실리외교를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7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통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러시아 매체 <타스 통신>은 양측이 "원유 수급 균형 유지를 위해 시의적절하고 효율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해주는 OPEC+ 틀 내에서의 공조를 높이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OPEC+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비롯해 OPEC 회원국이 아닌 산유국 간 모이는 협의체를 의미한다. 이 기구에서는 정기적으로 장관급 회의를 열어 원유 생산량을 결정하고 있다.

통신은 양국의 지도자가 "투자, 운송 물류 및 에너지 분야의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대한 지속 가능한 안정성의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두 리더는 다른 다자 조직과 함께 러시아-사우디 협력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논의했으며, 다양한 수준에서 계속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 간 통화는 지난 4월 21일 이후 이뤄졌다. 그런데 이 통화 시점이 미묘한 측면이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사우디에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직후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 지난 7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간 회동이 진행됐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날 블링컨 장관이 빈살만 왕세자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회동을 가졌다며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블링컨 장관이 국제 이슬람 테러조직인 IS 격퇴를 위한 장관급 회담을 주최한 사우디의 지도력에 사의를 표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양국의 공동 노력을 강조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밀러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과 빈살만 왕세자가 예멘의 평화와 번영, 안보를 달성하기 위한 포괄적인 정치적 합의를 통해 중동 등 지역에서 안정과 안보, 번영을 진전시키기 위한 공동의 약속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문은 지난달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우디를 찾은 이후 이뤄졌다.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지난 2018년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그해 10월 터키 이스탄불에 주재한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아갔다가 사우디 정보요원에 의해 살해당한 뒤 악화됐다.

이후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했던 양국은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때도 이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또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석유 가격이 상승하자 미국이 사우디에 증산을 요구했지만 사우디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양국 간 관계는 개선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던 미국이 최근 사우디와 관계 개선에 나선 데에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사우디는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관계 개선에 합의했고 이후 중동 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 미국, 러시아가 서로를 견제하며 사우디와 관계 구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가운데 미중 양측은 실무자급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6일 미국 국무부와 중국 외교부의 발표를 종합하면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세라 베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은 전날인 5일 베이징에서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만났다.

이어 이날 <블룸버그> 통신이 블링컨 장관이 몇 주 안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날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미중 양국이 정치적으로는 갈등을 보이고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협력 기조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에 대해 미국 국무부와 중국 외교부 모두 밝힐 일정이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반응을 두고 방문 여부 및 시기에 대해 양측이 조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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